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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TR Mar 19. 2021

헤르미온느는 왜 론을 좋아했을까

해리포터 속 연애 연구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인기 있는 캐릭터들과 또 커플들이 있는데 결말까지 봤음에도 이해가 안 되는 커플이 있다. 론과 헤르미온느 커플이다. 왜 둘이 이어졌을까. 아니, 똑바로 말해보자. 헤르미온느가 뭐가 아까워서 론을 선택했을까.


자존감 높고 자기 효능감이 높은 헤르미온느와 정반대의 지점에 론이 있다. 자존감이 낮고 뭔가 해낼 수 수 있을 거란 스스로의 기대치인 자기 효능감도 낮다. 론은 대가족 특히 형들 사이에서 애정결핍의 모습으로 자란다. 소년 시절 꾸러기의 모습으로 그려진 것도 모두 관심을 받기 위한 나름의 생존 전략이었다.


호그와트에 들어오자 삼총사가 형성된다. 금수저이자 세계관 최고 유명인, 선천적인 마법 천재인 해리포터와 절친이 되고, 비록 머글 태생이지만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세계관 최고 우등생이자 모범생인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와 친구가 된다. 이들 사이에서 론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대단한 친구들 사이에서 론이 자격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시리즈가 지날수록 론은 답답하고 도움이 안 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데 이런 모습은 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충분히 이해되는 것이다.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많은 것을 공유하게 된다. 비현실적인 캐릭터인 해리 포터는 제외하고 론과 헤르미온느는 서로에게 다른 듯 닮은 점을 발견한다. 마이너리티에 대한 공감, 그리고 ‘자기’가 많은 내면이라는 점이다.


순혈임에도 론은 말포이에게 가문 전체가 놀림을 당할 정도로 마이너리티적인 감성을 지니고 자라났다. 가족애가 남다른 분위기에서 엄마의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는 걸 부끄러워하는 장면이 곳곳에 있다. 헤르미온느는 순혈이 아닌 머글 태생이기 때문에 날 때부터 마법 세계에서 마이너리티였다. 헤르미온느가 매사에 열심이고 무엇보다 남들에게 인정받으려고 노력한 이유는 바로 이 마이너리티를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주류가 되지 못한 자들은 서로를 알아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를 안정적으로 느끼기 된다.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알기 때문에 이해할 수도 있다. 론과 헤르미온느의 사소한 처음은 그랬을 것이다. 눈치가 빠르고 또래보다 성숙한 헤르미온느가 론에 대해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도 그녀가 먼저 론 스스로도 잘 모르는 마음속 앙금을 알고 측은함을 느끼기 시작할 때였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마음을 이어주고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두 번째 이유 ‘내 속의 많은 자신’이다.


헤르미온느와 론 모두 자아가 강한 사람들이었다. 무엇보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고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사람들이다. 헤르미온느는 타의 모범이 되고 칭찬받는 모범생의 모습을, 론은 퀴디치 경기에서 영웅이 되는 모습을 그리며 ‘나의 미래’를 일 순위로 추구하며 욕망했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청년이 되면서 달라진다. 헤르미온느는 지식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 소중한 사람을 구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론은 영웅인 해리에 대한 질투를 내려놓으면서 비로소 자신의 자리가 어디인지 알게 됐다. 나보다 남을 우선하게 되는 것 그리고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의 작은 유대가 더 중요하다는 걸 두 사람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론은 자신 안에 있는 자신을 내려놓고 분수를 알게 됐다. 해리를 질투하고, 때론 헤르미온느에게도 심통을 부리며 아이 자체였던 론이  사실을 깨닫자 어른이 됐다. 많이 돌아 돌아 어른이 됐지만 그렇게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내려놓는 능력은 굉장한 장점이고, 헤르미온느에게 충분히 어필할  있게 되었다.


둘이 결혼한 이후에는 행복했을까. 처음 둘을 떠올렸을 때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자기 효능감이 높은 헤르미온느와 자존감은 낮지만 자존심은 높은 론의 만남이  될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둘의 공통분모가 있고, 론이 제대로 자신의 분수를 알고 상대를 받아들일 마음의 크기를 키웠다면 둘은 분명 행복할 거란 결론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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