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티끌까지 이해하기 원해요
갈등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느새 갈등의 원인이 뭐였는지 잊고 내 앞에는 전혀 이해되지 않은 생물 하나가 서 있을 뿐.
모든 연인이 겪는 과정이다.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기질도 다르며 가장 중요한 성별도 다른 두 명이 만났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다름이며 이것은 연인이 극복해야 하는 사랑의 미션이다.
연인의 다름을, 근본적인 갈등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역지사지를 많이 든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좋은 방법이지만 한계도 있다. 이보다 한 단계 더 나가야 한다.
“내가 그 사람의 입장이었다면”이 아니라 그 사람 안에 들어가 실제의 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름을 [빙의법]으로 지어보자.
일반적인 역지사지는 그 사람의 환경적인 면을 이해하는데 중점을 둔다.
“내가 남편처럼 야근을 오래 하고 온 상태라면?”
“여자 친구가 내가 게임할 때 상황처럼 계속 연락을 안 받는다면?”
입장을 바꿔 생각했을 때, 내가 상대의 상황과 입장이었다면 그의 행동과 말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지사지의 첫 단계로 이렇게 서로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분명 훌륭한 성과다.
하지만 내가 그 사람의 환경에 처했을 때에 공감하는 것은 나의 기질에 따른 판단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해의 폭이 넓어지거나 이해를 보증하지 못한다. 나는 여전히 나의 우주 안에서 상대를 바라보고 있고 상대의 환경을 생각할 수는 있지만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빙의법이 필요하다.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을 이입하는 것을 넘어 그 사람의 기질까지 모두 받아들이는 것이다. 온전히 그 사람이 된다면 그 환경에서 동시에 그 기질의 사람이 왜 이렇게 행동했는지 자명하게 이해될 수 있다. 빙의가 되는 것이다. 이 이해는 갈등을 푸는 열쇠가 된다.
벌어진 상황을 영화처럼 객관적으로 펼쳐놓고 그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자. 빙의를 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조건이 있다. 그 사람을 매우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것. 그 사람의 말과 행동, 특징과 기질, 습관과 버릇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 평소에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고 감정의 변화까지 세심하게 체크해야 가능하다. 그렇게만 되면 빙의는 어렵지 않다.
여기서 빙의를 막는 문제가 있다면 바로 감정이다. 내 안의 어쩔 수 없이 올라오는 부정적인 감정이다. 갈등이 일어났다면 그 사람에 대한 미움, 서운함, 죄책감 등의 감정 복합체들이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기 힘들게 만든다. 온전히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막는다.
그래서 더욱더 상황을 영화처럼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찬 내 몸속에서 빠져나와 카메라 감독이 보는 카메라 렌즈로 둘의 상황을 지켜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감정에서 멀리 떨어졌다면 이제 상대의 몸에 들어갈 수 있다.
이 방법은 둘 중 한 사람만 잘 발휘해도 관계가 화목해지는 필살법이다. 모두가 자기중심적으로 사는 세상이기 때문에 내 안에서 나를 빼내는 것, 상대에게 중심을 옮기는 것 모두 어렵다. 하지만 모든 연인이 겪어야 하는 사랑의 미션이자 사랑의 시련을 지나고 있다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관계의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