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내새끼의 금쪽이처럼 될까봐
B와 같이 [금쪽같은 내새끼]를 봤다. 가끔 TV를 돌릴 때마다 가끔 볼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너무 괴로웠다. 몇분 못 보고 채널을 돌리곤 했다. 고충을 토로하는 엄마나, 초롱초롱하지만 속썩이는 아이나 그 갈등의 현장을 보고 있는 자체가 가슴이 턱 막힌 듯 갑갑한 것이다. 결국, 나도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 라는 말못할 공포 같은 것이 밀려든다.
이번 에피소드는 ADHD가 의심되고 말 안듣는 초등학생 아들이 주인공. 아이는 엄마의 힘듦을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나왔다. 시어머니가 아이에게 "엄마 이렇게 힘든데 알고 있어?"라고 묻자 아이는 "몰라" 라고 무신경하게 대답한다.
아빠는 저 멀리 바다에 나가 집에 없는 사람이었고, 아이들을 홀로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에 잔뜩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엄마. 친정 엄마도 세상을 떠난지 얼마 되지 않은 때. 아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부엌 한켠에서 울고 있는 그녀가 자꾸 떠오른다.
스튜디오에 나와있는 엄마는 마치 죄인처럼 이제까지 서툴었던 자신의 훈육 방식을 반성한다. 그래, 맞지. 부모가 다 잘해야 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모도 부모 역할이 다 처음인데 어떻게 다 잘할 수 있겠느냐고 안쓰러운 마음도 든다. 언젠가부터 품에서 벗어나 기쁨보다 근심을 안기는 아이가 어떤 타인보다 더 밉게 되는 날 - 그리고 그런 마음이 드는 자신이 엄마 자격이 없다고 무너져 내리는 걸 떠올리면 정말 복잡한 마음이 든다.
부모도 처음인데
모든게 낯설고 처음인 부모 노릇. 아이가 매 순간 성장하며 보이는 새로운 모습들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세상 모든 일에 처음인 일들은 모두 초보 유예 기간이 있지만 잔인하게도 부모 노릇은 그런 것이 없다. 봐주는 것이 없다. "사랑으로 키워야지"라는 기백으로만 되지도 않는다. 세상이 처음인 아이와 그런 아이를 처음 키우는 부모. 모든 것이 처음인 두 존재의 만남이 신비로우면서도 동시에 또한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B와 눈이 마주쳤다. 우리라면 어땠을까?
아무것도 형성되지 않은 한 생명을, 아직 덜 자란 것처럼 철없는 존재가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마치 찰흙을 빚어 멋진 작품을 만드는 것처럼 그럴듯한 인간다운 사람으로 키울 수 있을까? 아직 임신과 출산이라는 긴 터널을 건너지도 않았는데 - 저 너머 멀리 보이는 불안한 언덕을 보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