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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TR Jun 23. 2021

출산율 꼴찌의 나라에 산다는 것

마음 놓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을까

어찌 보면 나라에서 ‘가장 아이를 낳아줬으면' 하는 딱 맞는 타깃이 바로 우리 부부다. 애타게 기다릴 것이다. 결혼이라는 턱을 넘었고, 나이는 적령기가 됐으며, 아이를 염두한 집으로 이사까지 했다. 1순위나 다름없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아이가 없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 하나는 과연 이 나라가 아이를 키우기 괜찮을까, 라는 밑도 끝도 없는 걱정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경이롭게 생각하는 저출산 국가이다. 출산율 꼴찌의 나라.


아이를 기다리는 입장이 되다 보니, 아이를 키웠을 때의 시뮬레이션을 많이 돌린다. 가장 크게 드는 생각은 바로 재정적인 부분이다. 지금 우리 둘이 맞벌이를 하며 둘이 빠듯이 쓰며 살고 있는데 하나가 더 생긴다면? 부가적인 수입이 더 있지 않으면 어렵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심지어 B가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한 사람의 수입만으로 한동안 살아야 하는데 - 그것도 어느 정도 걱정이다. B가 조리원을 나오면 나도 육아휴직을 쓸 생각도 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도 고민이다.


아이를 키우게 됐을 때 저축은 할 수 있을지도 시뮬레이션 중 하나다. 지금 붓는 저축을 고스란히 아이와 관련된 지출로 쓰게 될 것 같은 결론에 다다른다. 그럼 B와 나의 노후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뒤따른다. 결국 또 돈이다.


그 외에도 아이 교육도 시뮬레이션한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80년대생까지는 그렇게 치열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아날로그 감성이 살아있었던 마지막 세대이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자유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을 보면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전성기는 5살 정도까지, 그 이후부터는 교육에 매달리고 덩달아 부모까지 스트레스를 받는다. 우리나라 특유의 교육열, 비교하면서 끝없이 더, 더 치열해지는 경쟁이 눈에 선하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건 서로 잘 맞는다고 자부하는 B와 내가 아이의 교육 문제, 혹은 어떻게 키울지에 대한 문제로 의견을 좁히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다. 그런 상황이 실제가 됐을 때 아이 때문에 우리 가정이 불행해졌다고 생각할까 봐 두렵다.


경쟁이 미덕, 돈이 최고인 자본주의 - 세계의 트렌드이고 우리나라도 그런 트렌드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올해 기적적으로 임신에 성공해 내년에 출산하게 된다면 우리의 22년생 아이가 그 잔인한 트렌드의 우주에서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가 그 행복을 지켜줄 수 있을지 진심으로 고민이 드는 것이다.


출산율 꼴찌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최근 한 자녀를 낳았을 때 지원금을 6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올렸다는 보도를 보았다. 아직도 심각성을 못 느꼈다고 생각했다. 고작 40만 원 올릴 것이 아니다. 지금 아이를 낳는 사람들은 재정적인 불안, 교육에 대한 걱정, 아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을 모두 떨쳐내고 출산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나라를 위해 한 일은 아니지만 출산을 선택한 이들에게는, 더 파격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너무 무리해서 주는 것 아니야, 이렇게까지 준다고? 할 정도의 지원 말이다. 그만큼 이 나라에서의 임신과 출산은 선택의 리스크가 있다.


아메리칸 인디언의 격언 중에 한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도 그랬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예전처럼 온 마을이 한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키우지 못하고, 두 명의 부부에게만 - 혹은 독박 육아하는 엄마에게만 온통 집중되고 만다. 이런 상황에 출산율 꼴찌는 너무나 당연한 성적표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부부는 아이를 기다린다.

출산율 꼴찌의 나라에서 기어코 출산을 할 것이다. 두렵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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