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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TR Aug 10. 2021

출산에 대한 대화

아직은 아득한 공상 같은 이야기

B의 친구가 오늘 아이를 낳았다. 아이 머리 크기가 산도보다 조금 커서 자연분만 대신 제왕절개를 했다고 한다. 그에 대한 저녁 식탁 대화 기록.


"오늘 아침에 수술을 했대. 얼마나 떨렸을까. 어젯밤에는 정말 어땠을지 상상이 안가. 날짜와 시간이 딱 정해져 있는 거잖아. 무섭기도 하면서 아기를 본다는 설렘도 있고 엄청 마음이 복잡했을 것 같아."

B가 격앙된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게. 자연분만이 아니라 수술이니까. 무사히 낳아서 정말 잘됐다."

"아기 사진 보내줬어. 이거 봐. 너무 이쁘지 않아?"

"신생아인데도 머리카락이 꽤 있네!"

"친구는 아기 얼굴 보자마자 너무 실망했대. 자기보다 남편 얼굴을 닮아서."

"하하하."


대화는 출산 방식에 대해 자연스레 옮겨갔다. 제왕절개하는 출산에 대해.


"친구가 말하는데 제왕절개할 때 하반신 마취를 한다고 하더라고."

"하반신이면 딱 절개하는 그 영역까지 마취가 되는 건가?"

"그런가 봐. 근데 마취는 했는데 정신은 있으니까 뭔가 달그락 거리고 천장 조명에 뭔가 비춰보이고 그런대. 그 기분이 이상하다네."

"그러겠다. 하반신만 마취된다는 게 상상이 안돼. 아예 자고 있으면 안 되나?"

"이게 요즘에는 그렇게 마취를 해서 아이를 꺼내고 산모한테 한번 보여주나 봐. 그런 다음 수면 마취를 해서 후처치를 한대."

"제왕절개 역사도 오래돼서 이제 프로세스가 좀 잡혔구나. 산모 입장에서는 좀 낫겠다."

"근데 C 언니 있잖아. 언니는 자연분만했는데 확실히 자연분만이 회복이 빠른가 봐. 휠체어를 타고 나와서 바로 밥 먹고 그랬잖아. 너무 후련하고 좋았다고 그러더라고."

"아무래도 제왕절개는 낳을 때는 괜찮은데 그 뒤가..."

"마취 풀릴 때 힘들다고 하더라."

"그러게. 쉬운 방법이 없구나."


그러다 나의 공상의 영역까지 대화가 뻗어가기 시작했다.


"의학이 이렇게 발전했는데 왜 인공자궁 같은 게 없지?"

"인공자궁? 어떤 거야?"

"외부에 어떤 자궁 시스템이 있는 거지. 사람의 자궁은 일정 기간만 딱 아기 착상 모드가 되잖아. 그런데 이건 항상 준비가 되어 있는 거야. 시험관으로 수정해서 넣으면 착상도 잘되고, 뭔가 환경적으로 최적인 상태인 인공 자궁."

"난임부부에게는 혹 할만하겠다."

"근데 반윤리적이고 반인륜적으로 보이긴 한다. 아마 의료계뿐만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들고일어날 것 같아."

"하하하. 그렇게 들리긴 했어."

"난임도 해결되고, 임신 기간의 힘듦도 해결하고... 언뜻 생각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뭔가 디스토피아 영화에 나올법한 아이디어이긴 하다. 아, 그래. 실제로 대리모 같은 것도 있긴 하구나."

"근데 대리모는 그동안 아이를 배고 있잖아. 그 기간을 무시 못할 것 같아."

"그러게. 대리모가 먹는 것, 생각하는 것, 감정들 이런 것들이 아이한테 다 가니까. 엄마가 둘 인 셈이네."


B의 친구들이 연달아 아이를 낳으면서 요즘 많이 하는 대화. 어떻게 아이를 낳았고, 어떤 고충이 있고, 또 어떤 기쁨이 있으며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고스란히 우리 부부의 일상 속으로 들어온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몇 번이나 상상 출산과 상상 육아의 나래를 펼치는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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