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TR Nov 15. 2021

친구 부부가 아이를 낳았다

아기 눈 속에 박힌 우주를 엿보다

지난 주말에 B의 친구 부부네를 방문했다. B의 오랜 대학 친구이고, 또 남편이 나와 동갑이어서 B는 은근히 그 남편과 내가 친해지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물론 뼛속까지 INFJ인 나에게는 무리인 요구였다. 그럼에도 그들의 미사 결혼식에 증인 부부로 함께 했었고 크리스마스 때마다 해리포터 파티를 하는 사이니 어떤 부부보다 각별한 사이긴 하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했고, 나이도 비슷한 부부. 신혼을 오래 즐기는 관점까지도 같았는데 올초에 그게 깨졌다. 아이를 가진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축하해줬지만 속으로는 올게 왔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없어도 괜찮은 어떤 영역을 벗어난 분기점.


B는 친구네를 여러 번 방문했었다. 나는 처음이었다. 내가 가고자 마음먹었던 이번 방문은 부부를 오랜만에 보는 목적도 있었지만 아이를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아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옹알이를 어떻게 하는지, 밥을 먹을 때 어떤 표정인지, 엄마 아빠를 바라보는 눈빛이 어떤지 말이다.


그리고 그런 아이를 낳고 키우는 - 나름 가까웠던 부부의 일상을 훔쳐보고 싶었다. 취미로 가득했던 거실은 아기용품으로 가득 차 있었던 건 당연했다. 매우 매우 힘들고 지쳐 보였지만 미혼자가 결혼자를 보는 그런 느낌처럼 한 단계를 넘긴 어떤 설명 못할 안정감이 느껴졌다. 진짜 어른이 됐다고 할까.


아기는 아주 예뻤다. 우리 아이가 아닌데도 계속 보고 싶었고 마구 사진과 영상을 찍어서 집에서 또 봤다. 까만 눈동자가 나를 쳐다볼 때는 우주의 신비로운 간지러움이 온몸을 감쌌다. 그렇게 아기에 빠져있는 우리에게 B의 친구는 이런 말을 해줬다.


“이렇게 아기를 좋아하면 어떻게든 낳더라. 나도 아기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낳고 키우니까 바뀌었어. 나름 생각이 있겠지만 아기를 이렇게 좋아하는데…”

선물할 아기용품을 고르며 우리도 이렇게 우리의 아이 것을 고를 시간이 올까, 문득 생각했다. 지금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물론 그때가 되면 벅찰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출산에 대한 대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