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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TR Nov 15. 2021

배테기 그 너머

임신 준비의 첫 단계

“어머 축하해”

친한 동생이 아이를 가졌을 때 진심으로 축하했다. B와 나를 소개해준 장본인이고 했고, 여러모로 우리 삶과 접점이 있는 친구. 갓 돌 지난 친구 아이와 함께 서울에서 함께 만났는데 그때 우리에게 뭔가 가득 든 쇼핑백을 건넸다.


“임신 준비하면서 사뒀던 건데… 아마 이제 필요할 거예요!”

임신 준비 키트 같은 가방이었다. 그중에서도 배란테스트기가 가득했다. 배테기. 말로만 듣던 배테기를 실물로 보다니.


'임신 준비'라는 것을 추상적으로 생각하던 때였다. 임신을 어떻게 준비하지? 피임을 안 하면 그게 임신 준비일까. 한마디로 아무것도 모르던 때. 시간이 지나고 약서랍에 고이 모셔두었던 배테기를 꺼내던 즈음에는 진짜 임신 준비를 해야겠다고 다짐을 했던 터였다.


시작은 배란일을 맞추는 것이다. 한 달에 한번 나오는 소중한 난자. 그 난자가 나오는 시기를 알아내는 것이다. 평소에는 겉으로 알 수 있는 B의 마법 주기만 중요했는데, 이제는 B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그 변화도 알아야 한다. 건강한 난자와 건강한 정자를 만나게 해야 한다. 그렇게 우리 초보 부부는 배테기를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배테기를 해서 줄이 선명해지는 날이 배란일이다. 임테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배란일을 맞추는 것에도 우리는 호들갑을 떨었다. 몇 달을 했을까. 배테기를 몇 번 해보니 알게 된 것은 B가 매우 건강하다는 것이다. 매우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하다는 것. 제때에 배란이 되고 제때에 임신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걸 알고 나서 배테기를 하지 않았다. 생리 일자를 기록하는 어플 만으로도 배란일을 대략 알 수 있었으니까.


이제는 그다음 단계에 돌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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