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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TR Nov 30. 2021

아내의 기분을 미리 파악하는 방법

남편의 역할이 막중하다

임신을 준비하면서 가장 유심히 보게 된 것이 아내 B의 생리 주기다. 그런데 그 생리 주기에 덧붙여 오는 것이 있었다. 그 이름은 호르몬. 남자로서는 평생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인 '호르몬의 변화'를 아내는 매달 롤러코스터처럼 경험한다. B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때론 받아들이면서 알게 된 - 모든 남편 혹은 남자친구들이 그들의 연인의 기분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했다.

*여자들에게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건 남자들을 위해서.




들어가기 앞서 우선 여성마다 변화 주기가 잘 안맞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변화의 폭이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남자 입장에서는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훨씬 좋다. 그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가임기 여성이라면, 그리고 매달 마법에 걸린다고 하면 아마 생리주기 앱을 분명 설치해두었을 것이다. 아내나 여자친구와 그런 이야기를 과감없이 할 수 있는 사이라고 한다면, 그 앱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자. 나의 경우에는 '봄 캘린더'라는 앱이었다.


생리기간을 지정하면 가임기, 배란기를 알려주고 매달 규칙적인 기간을 파악해 호르몬 변화에 따른 기분 변화도 알려준다. 이 앱의 존재를 알고, 처음에는 잡지 뒤쪽에 나오는 매달 운세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기운 | 피곤하고 나른하며 낮에 잠이 쏟아져 견딜 수 없어요.

기분 | 차분하고, 기운 없고, 쓸쓸하며, 조금만 슬픈 내용을 봐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요.


이해를 못했다. 아니, 사람마다 피곤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기분이 좋을수도 우울할 수도 있는데 한달 어떤 특정한 기간에 꼭 그 기분을 관통해야만 한다니. 이게 진짜라면 정말 여자들은 매달 정말 엄청난 일들을 견디고 있는거라 생각했다.


기분 좋음과 활력, 그리고 우울함과 무기력이 밀려들어오는 삶. 1년 12번씩 가임기 내내 그 롤러코스터를 타야 한다. 매일 아침 앱에서 말해주는 B의 오늘 상태를 보고 있노라니, 말못할 존경심 마저 드는 것이다. 생리 주기 앱은 반드시 설치해서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찬찬히 호르몬 변화에 따른 기분 변화와 함께 B를 관찰한 결과, 아주 100%는 아니지만 그 뉘앙스는 거의 맞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게다가 이를 미리 파악하고 있으면 B의 상태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다.


생리를 시작하면 생리통 뿐만 아니라 기분도 엉망이다. 생리 양이 많은 첫날에는 퇴근하면서 초콜릿을 사가거나, 생리통이 심한 날에는 온찜질을 도와주면 좋다. 생리 첫 몇일을 고생하다가 그뒤에 컨디션을 회복하기 때문에 옆에서 잘 지켜봐주자.


생리가 끝나고 배란 전까지 같이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다. 컨디션이 가장 좋다.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 모두 샘솟는 구간. 한달 중에 여행을 간다거나 야외 활동이 많은 날을 정해야 한다면 여자친구의 신체리듬을 살펴보고 이 시기로 정하면 좋다.


배란을 시작하면 주의하자. 배란은 여자가 가지고 있던 소중한 난자가 나오면서 임신을 준비하는 시기다. 이 시기를 잘 맞추면 임신이 된다. 동시에 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고 임신을 준비하는 주요한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이 분비된다. 이때는 편안히 쉬며 집순이 본능이 살아나고 더불어 식욕이 늘어난다. 같이 파자마를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자. 센스있게 여자친구가 먹고 싶은 음식을 시켜먹거나 오늘은 내가 요리사를 해준다면 더 좋다.


배란을 했는데 임신을 안했다면, 여자의 소중한 난자와 잘 지어났던 집들을 무너뜨려야 한다. 나는 그 과정을 여자 몸의 관점에서 생각하니 너무나도 잘 이해가 됐다. 이 시기는 우울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모든 호르몬이 감소하며 예민하고 우울하고 짜증이 난다. 여자 몸의 입장에서는 잔칫상을 차려놨는데 손님이 아무도 안 온것이다. 사실상 이 시기를 위해 생리주기 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때 아무 이유 없이 우울해지거나 화를 내는 연인을 이해하고 그냥 아무 말 없이 안아줘야 한다. 옆에 있어주자.


그리고 대망의 생리가 시작되면서 이제야 한달 사이클이 지나게 된다.


연애를 하면서도 잘 몰랐던 - 대략적으로만 알았던 B의 신체리듬을 결혼 후에 자세히 알게 됐다. 이건 여자들이 알려주기 전에 남자들이 알아서 했어야 했다. 남자와 여자 중에 여자만 이 사이클을 가지고 있고, 그 롤러코스터를 견뎌야 하는 신체를 가졌다면 - 남자는 그 모든 것을 알고 그 주기를 함께 해주는게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B와 임신을 준비하며 같이 나눴던 많은 이야기들이 그래도 한층 B를, B의 몸과 마음을 이해하는 길이 되었다. 그러니 여러분들, 그러니까 지금 아내와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 분들은 반드시 연인의 몸과 마음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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