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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TR Mar 30. 2022

증상놀이, 그리고 바램

롤러코스터를 타는 임신 준비 마음

임신을 준비하며 증상놀이라는 걸 알았다. 용어를 처음 접했을 때 당연히 놀이라는 단어 때문에 가볍고 긍정적이며 나아가 유쾌한 느낌까지 받았는데. 알고 보니 증상놀이라는 건 희망과 바램이 담긴 몸의 상태였다.


임신을 준비하며 이번 달 성공을 바랬던 그 간절한 마음 때문인지. 생리 전 겪을 수 있는 증상들이 모두 임신 초기 증상처럼 여겨지는 것을 뜻한다. 아랫배가 당기거나, 가슴이 당기거나, 헛구역질을 하는 것 같은 증상들이 나타나면 우리 둘은 눈을 마주치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혹시, 임신 아니야?


그러고 나서 임테기를 꺼내든다. 얼마나 있다가 임테기를 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아직 한참 남은 날짜를 본다. 달력 앱에 임테기 확인이라고 메모를 적어놓고, B는 "마음을 비우고 있자"라고 말하며 나는 "그러게. 김칫국 마시는 거 같아"라고 중얼거린다.


사소한 것까지 예민하게 받아들일 만큼 몸의 상태를 살펴보게 되는 시기. 우리 부부는 관계 후 1주 차부터 이미 B의 증상이 나타났는데 찾아보니 임신 1주 차라는 건 없다고 하더라. 그걸 알고 나니 이 증상들이 더더욱 그저 증상놀이의 일부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사실 B보다 내가 더 적극적으로 증상놀이를 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길에, 퇴근길에, 자기 전에 몸 상태를 물어보면서 체크한다. "오빠, 너무 과몰입하는 거 같아"라고 B가 말하면 나는 그냥 웃는다.


저번 주말 저녁에는 TV로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임밍아웃 콘텐츠들을 보게 됐다. 임신을 하고 부모님, 친구들에게 깜짝 소식을 전하는 콘텐츠들. 거의 1시간을 그 영상들만 봤다. 아기를 오래 기다린 부부의 부모님이 소식을 듣고 울면, B와 나도 자연스레 눈을 짓게 되더라. 감정이입이 많이 됐는지. 보면서, 우리 부부가 이제는 진짜 아기를 많이 기다리고 있구나, 그저 흩어지는 바램이 아니라 이뤄지는 바램이 되길 바라고 있구나 싶었다.


우리 둘의 바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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