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쳐지는 건 아닌가 하는 압박
B가 대학 친구 모임을 다녀왔다.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연례행사처럼 모이는데 이번에는 결혼을 앞둔 한 친구의 청첩장 받기가 명목이었다.
모이는 인원은 6~7명 정도. 인원이 인원이다 보니 모여서 나오는 이야깃거리도 많고 다양하다. B가 모임을 다녀오면 그 보따리를 한참을 풀어놓는데, 이번에는 보따리를 풀기도 전에 실시간으로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빠 대박이야 M언니 임신했대
정말 대박이긴 했다. 사실 B가 모임을 나가기 전에 친구의 임신을 축하하는 선물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결혼식을 올린비 몇 개월 안 되는 친구였고, 그래서 B와 나는 매우 놀란 차였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다른 언니도 임신 소식을 알린 것이다. 그런데 벙찐 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15분 뒤에 또 문자가 왔다.
와 S언니도 임신했대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결혼 청첩장을 받으러 간 자리에 임신 소식을 알고 있던 1명의 친구 이외에 2명이 또 임신 소식을 알린 것이다.
나도 “대박이다. 임신 겹경사네”라고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기분이 멜랑꼴리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임신 소식을 알린 부부들은 모두 우리보다 한참 늦게 결혼한 부부기도 했고,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아이를 가졌기 때문이다.
물론 부부마다 속도가 다르고 우리는 우리의 속도가 있다. 우리는 아이가 없는 동안 우리의 시간을 충만하게 보냈다. 그것만으로 완벽하게 만족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은근히 압박이 된다. 예전에 친구가 지금 아이를 낳아야 네 은퇴 시기가 빨라진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무서운 건 그 말을 들은 것이 4년 전이라는 것이다.
괜히 B가 이번 모임에서 친구 임신 소식을 연달아 안 것이 아직 아이가 없는 B를 신경 써서 따로 알리지 않았다든가 하는 의심까지 드는 것이다. 단톡방이 있는데도 그랬으니까. 여하건 B 친구 모임의 이야기 테마는 연애와 직장 일에서 임신과 육아 이야기로 바뀌고 있다. 아이가 있는 친구들이 이야기 주도권이 있는 것은 물론이다. B는 본인이 주목받는 것은 싫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이 이야기 속에 같이 어우러져 자기 지분을 가져야 할 텐데. 우리도 그런 경사 이야기가 포함되는 날이 와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