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게 아닌 되는 것
아빠가 된다면 눈을 마주치고 싶다. 아이의 눈동자 속에 빠져들고 싶다. 아직 본 것도 많지 않은 그 순수한 눈 안에 비친 나를 보고 싶다. 경이로운 경험일 것 같다.
아빠가 되면 품에 안고 싶다. 자그마한 몸. B의 몸 안에서 잉태하여 자란 아이를 그제야 완전히 품 안에 안아보고 싶다. 따뜻함. 꼼지락. 온전히 느껴보고 싶다.
아빠가 되면 내 손가락을 잡게 하고 싶다. 작은 손과 작은 힘. 나와 연결되어 나를 의지하는 그 최초의 순간을 느끼고 싶다.
아빠가 되면 자장가를 불러주고 싶다. B가 아이를 배었을 때부터 노래를 불러주고 세상에 나온 뒤에도 똑같이 불러줄 거다. 그날 내 마음 B의 마음 아이의 마음을 담아서 새로운 노래를 불러주고 노래를 듣는 아이의 표정을 바라보며 웃고 싶다.
아빠가 되면 밥을 먹여주고 싶다. 작은 입을 다물고 밥투정하는 그 실랑이를 겪고 싶다. 잘 먹었다고 머리를 쓰다듬고 가슴에 품에 안고 트림까지 시키고 싶다. 그 모든 과정에 행복하고 싶다.
아빠가 되면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눈뜨면, 안아주면, 밥을 먹으면, 옷을 입으면, 잠들기 전에, 노래를 불러주면 사랑한다고 말할 거다. 사랑이 너무 많아서 사랑투성이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사랑이라고 부를 것이다.
아빠가 되면 B의 마음을 돌보고 싶다. 지치지 않도록 해주고 싶다. 아이를 안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만큼 아니 그보다 더 B를 안고 사랑한다고 말할 테다. B에게 문득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는 최고의 아빠가 되기 전에 최고의 남편이고 싶어” B와 사랑하는 마음이 아이에게도 전해져서 사랑이 가득한 가정을 만들고 싶다. 그런 가족.
그런 아빠가 되고 싶다. 하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니다.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과 조금씩 하나씩 해나가면 어느새 그런 아빠가 되어있을 테다.
아직 네가 태어나지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지금 너를 생각하며 꼭 그런 아빠가 되도록 오늘도 노력해볼게. 그런 아빠가 되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