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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TR May 25. 2022

딸을 낳고 싶다

무시할 수 없는 성별에 대한 기대

B는 나에게 말하곤 했다.

“오빠는 진짜 딸 낳으면 딸바보 확정이야”

그렇다. 아마 바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아들이라면? 아들바보가 될 자신이 없다. 나이가 들어서 장성했을 때도 뭔가 같이 친하게 될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내 자신이 아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부모님에게 하는 걸 보니 “아들은 다 쓸데없어”라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오는 것이다. 누나나 B, 그리고 주변의 수많은 딸들은 아들과 확실히 다르다. 공감하고 사랑을 나눠주고 대화 속에서 즐거움을 얻고 서로 위로하는데 익숙한 존재들이다. 여성이라는 성에 대한 나의 편견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딸을 낳고 싶은 이유는 그런 여성성에 대한 나의 추종이 우리 가정에 더 강력하게 자리 잡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이런 이야기를 같이 하다 보면, B는 아들도 딸도 다 케바케야 라고 말하곤 한다. 아들을 낳아도 결국 부모의 성향을 닮기 때문에 우리 안에 동화된다면 그런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또 한 발자국 걱정을 확장하자면, 여성성 강한 아들로 키워서 그 사회의 남성 사회에서 자랄 걸 생각하니 또 억장이 무너지는 것이다. 내가 어느 정도는 그런 케이스여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딸이어야 하는 이유보다는 아들을 피하고 싶은 이유가 많다. 내가 남자여서 너무나 잘 아는 그 테스토스테론의 힘듦을 옆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주변에 아들을 낳은 친구 부부들이 많은데 그걸 보면서 더 딸을 낳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는 것이다.


물론 아들이어사랑하고 아껴줄 것이다. 하지만 딸보다는 조금 난이도가 높을  같다. 와 똑닮은 성격이면 조금  그럴 것이다. 자칫 하면 삐지고 히키코모로리 같은 성격에, 사회성도 없고 말도 많지 않았던 나의 유년시절을 떠올려보면 반대로 우리 엄마아빠도  고생했겠다 싶다. 한마디로 아들은 분명  같을  같아서 싫고 B 닮은 딸을 바란다. 재미있는  B 나와 정반대로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딸 낳는 법도 검색해본다. 하지만 다 무슨 소용인가. 일단 임신이 되는 게 먼저이다. 이번 달에는 B의 난자와 나의 정자가 잘 만날 수 있을까? 성별의 문제는 그 뒤에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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