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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TR Jun 05. 2022

희미한 두 줄

임신 테스트기가 울린다

부산에 여행을 다녀오고 다음날 아침. 침대에 누워 눈을 뜨자마자 B가 임신테스트기를 해본다고 말했다. 나도 일어나 임테기 설명서를 읽어줬다. 그러면서 나는 장난으로 어,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는데 바로 하는 거야? 이러면서 B의 화장실행을 기다렸다.


임신테스트기는 임신을 하면 특정 호르몬이 나와서 그 호르몬 양을 캐치해준다. 아침에 소변으로 하면 되는데, 사실 몇 번이나 했었고 실망했었기 때문에 큰 기대가 없었다.


이번 달에는 그런데 뭔가 다른 달보다 증상놀이를 둘 다 아주 많이 했고 - 대표적으로 잠이 많아지고 가슴이 땡땡해지고 허리와 아랫배가 좀 아팠다 - 뭔가 이번 달은 다른 것 같다는 이야기를 서로 많이 했다. 그러면서 기대가 큰만큼 실망도 너무 크기 때문에 너무 기대하진 말도 같이 했었다.


오빠 아닌 것 같아”

B가 임테기를 들고 왔다. 휴지 위에 임테기를 올려뒀다. 나도 옆에 가서 보니 B 말대로 한 줄만 보였다. 설명서를 다시 봤다.

“5분까지 좀 기다려보자”


시간이 조금 지나서 다시 보니, 희미하게 한 줄이 보였다. 그런데 아주 희미했다.

이거 줄 생긴 거 아니야? 매직아이로 보면 말이야”

그런 것 같은데... 우리 지금 착각인 거 같기도 하고…”


내가 호들갑을 떤 이유는 어떤 유튜버 사례 때문이었다. 아주 희미한 선을 임신이라며 이야기를 했었고 정말 날이 갈수록 선이 계속 진해졌던 걸 너무 인상적으로 봤었기 때문에 이 매직아이 선도 임신처럼 보였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선이 더 진해졌다. 이제 매직아이로 보지 않아도 선이 보였다. B와 나는 마주 보며 어리둥절한 상태로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모르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이거 진짜 맞아? 믿기지가 않아”

“나도 그래. 현실감이 없어.”


그러면서 임테기를 몇 번이나 보고 또 보고 했다. 현실감이 없다는 이야기가 맞았다. 꿈인가, 싶었다.


현실적으로는 임신테스트기를 더 사고 병원을 언제 어디를 가지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도 워낙 초기에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라야 할 텐데 하는 걱정도 한 번에 밀려왔다.


부모님께는 바로 알릴까? 임밍아웃 영상들을 보면서 B와 같이 부둥켜안고 울었던 우리인데, 어제 봤던 글 중에 위험한 시기를 지나고 잘 자랄 때 알려드리는 것이 좋다고 해서, 안 그래도 임테기 전에 B에게 우리는 그렇게 하자, 라고 이야기한 참이었다. 그런데,


희미한 두 줄이라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정말?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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