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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솔로의 자세

크리스마스는 누구의 것인가

by ASTR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누구는 설레고, 누군가는 진부하다. 연말의 어느 날. 어느새 크리스마스는 커플들의 축제날이 되었고, 그날은 전국 모텔값이 오르는 날이며 솔로들은 자신의 솔로됨을 스스로 안타까워 하는 날이다.


물론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기업들의 크리스마스 마케팅이 주요했다. 실제로 크리스마스는 각종 성수기다. 서로 선물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숙박업은 말할 것도 없으며 레스토랑 한끼 값은 몇십만원으로 오른다. 명동이며 이태원이며 대학로 데이트코스라고 불리는 모든 곳은 '소비하는 커플'들로 가득 찬다.


짝이 없는 사람에게 크리스마스란 어떤 의미일까. 방구석을 긁으며 지지리궁상을 떠는 솔로는 옛말이라지만, 위에처럼 포장된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옆구리가 시린 건 당연하다. 그건 상대적인 박탈감이다. 격차가 생겼을때 거기서 오는 불안이나 우울이, 연애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이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크리스마스에 극대화된다. 한마디로 남들 다 있는데 왜 나만 없냐는 것이다.


길든 짧든 깊게든 아니든 크리스마스라는

이벤트는 솔로에게 자신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어떤 시발점이다. 타임라인을 꽉 채운 커플들의 염장질에, 친구에게 만나자고 연락했는데 그날 당연히 데이트를 한다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 뭔가 자신의 외로움은 인정하긴 싫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함이 생기는 것이다. 타의이든 아니던 그건 확실한 연애욕구를 만든다.


나는 무성애자를 믿지 않는다. 그건 본능을 단순히 다른 어떤 것으로 억누른 것이 불과하다. 대신 불연애자는 있다. 세상의 많은 솔로들은 일종의 이런 불연애자가 되었다. 연애를 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된 불연애자, 연애를 너무 오래 쉬어서 감을 잃어버린 불연애자, 연애할 시간이 없는 연애보다 중요한 것이 많은 불연애자, 자신을 무성애자라고 포장하는 불연애자. 그들 모두도 똑같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스스로 불연애자, 연애고자라고 부르는 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연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니라 스스로를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다. 1년에 한번 제대로 오르는 연애욕구를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단순히 사람 만나는 일, 왜 이렇게 어려운지 상대를 보기 전에 자신을 점검하는 시간이다. 연애를 잘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사람을 찾고, 없다고 포기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좋은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이 저절로 끌리게 되어있다.


크리스마스의 본래 뜻은 퇴색됐지만, 그런들 어떠할까. 커플에게도, 솔로에게도 크리스마스가 특별한 건 매 한가지일 것이다. 중요한 건 한해의 마지막, 어떤 축제같은 이 순간을 어떤 자신으로 맞이하느냐 하는

것이다. 나는 그대로 일지 모른다. 하지만 내일의 나는 변화할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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