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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거리, 외로운 영혼

크리스마스 자화상

by ASTR

삶의 중력에 축 쳐진 어깨와 휘황찬란한 거리 가운데 회색과 같은 그림자.

"잘지내?"라는 말에 나는 정말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는 그런 시절과, 그 어떤 세상의 말들, 위로들, 가르침들이 내 영혼을 그저 관통하고 내게 남은 건 버스 막차를 겨우 타고 헐떡이며 창문에 기대 애써 잠이 드는 껍데기.

이런 나 그리고 우리의 삶에 크리스마스는 어떤 의미일까.

"너무 추워 옥탑방에서 머리 감는 것조차 괴롭던 그 해 겨울 밤,

예수님도 초라한 마굿간에서 태어나셨다는 사실에 나는 많은 위로를 얻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다.

겉은 화려해지지만 더욱 빈곤한 영혼을,

그래서 외롭고 무섭고 두려운

이 작고 작은 나를


긍휼히 여겨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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