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를 위한 남자요리
우리나라처럼 스팸 햄을 좋아하는 나라도 없다. 대명절에 귀한 선물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것 중 하나가 스팸 선물세트니 말이다. 우리가 직접 받지 않았어도, 엄마가 받은, 장모님이 받은 스팸 선물세트가 어떻게든 우리 집으로 굴러오게 되어있다. 그 우주의 법칙이 신기할 정도.
어느새 집에 쌓여있는 스팸은 평소에 잘 먹을 일이 없다. 가장 싫어하는 것이 스팸 메일이고 스팸성 문자니 말이다. 하지만 내 신조는 냉장고에 있는 걸 활용해 먼저 먹어치우자 이기 때문에, 스팸은 냉장고에 있지 않았음에도 스팸이기 때문에 불상사를 당했다.
스팸덮밥에는 계란이 필요하다. 네 개를 쓸 것이다. 차디찬 사육장에서 어미닭의 사랑으로 뽕뽕 낳은 달걀이 어떻게 우리 손에까지 들어오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오늘의 단백질원이다.
달걀 지단을 만들 것이다. 얇은 것이 생명인데 달걀지단이 얇을수록 피부가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달걀에 있는 키토산이 피부의 무너진 장벽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역시나 헛소리니까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
집에 뭐가 있나 뒤지나다 건표고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 써버리자. 물에 불리기 시작했다.
자 오늘의 주인공 스팸 클래식이 등장했다. 나와 B가 먹을 테니 2개 준비했다. 손이 베일 것 같은 (언제나) 불안한 스팸 캔에서 햄을 꺼내서 챱챱 썰어준다.
프라이팬에 (기름은 두를 필요가 없다) 굽기 시작한다. 햄에서 기름이 나오기 때문에 충분히 괜찮다. 노릇노릇 해질 때까지만 하면 된다.
그리고 물에 불려둔 버섯을 이제 양념과 함께 구워준다. 난 여기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였는데 스팸은 그 자체로 굉장한 나트륨 덩어리라 짠데 간장을 많이 넣은 것이다. 두 사람이 먹고 설탕과 물도 어느 정도 넣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간장은 1스푼 설탕(혹은 올리고당) 1스푼 정도면 충분할 듯하다.
밥 깔아주고 -
노릇노릇 스팸 깔아주고 -
지단을 올려준다.
짜디짠 버섯을 올려주면 끝.
출근 전 아침에 이걸 하느라 사실상 냉부해를 찍었다 싶었다. 위에 마요네즈를 올려 고짠을 완성시키려고 했지만 짠의 비율이 극상이라 B의 눈살 찌푸리는 호평을 얻지 못했다. 사실 나도 남겼다. 짜게 먹지 말자, 가 이번 요리의 교훈. 스팸으로 충분히 짜니까.
B의 총평 : 오빠, 버섯이 좀 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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