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상대의 잘못에 어디까지 관대해져야 할까
유바비는 완벽하다. 잘생기고 친절하며 눈치도 빠르고 어렵다는 여자어도 마스터했으며 마음도 따뜻해 위로할 줄 알고 유미에 대한 믿음도 있으며 말 그대로 여자와 수다가 가능한 몇 안 되는 완벽남이다. 이런 유바비에게 유미는 이별을 고했다.
이별의 사유는 ‘회사 인턴에게 마음을 주고 흔들렸다’. 유바비가 변명했지만, 유미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별로 마무리가 됐다.
잘 나가던 연애에 급 브레이크를 밟은 셈인데 유미에게 공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한 번쯤 용서해야 되는 거 아니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는 상대의 잘못을
어디까지 용서해야 할까
유바비는 완벽해서 거의 잘못을 하지 않았지만 - 실제 연애에서는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수많은 잘못을 하고 실수를 한다. 자잘한 것부터 큰 것까지. 그럼 이별을 고해야 하는 잘못은 무엇이고 그래도 이해해야 하는 잘못은 무엇일까?
답은 없다. 이건 본인 스스로만이 답을 내릴 수 있다.
연애에서는 잘잘못을 따질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연애에서의 잘못이란, 상대가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에 기초한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을 따지고 이별의 사유인지 판단하는 것은 오로지 본인의 몫이다.
그러려면 자신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유미를 한번 보자. 남들에게 솔직한 내면을 잘 보이지 않는 성향이지만,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 내가 어떨 때 행복한지 말이다. 다른 말로 자기객관화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이 보는 김유미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판단하는 정확한 나 말이다.
유미는 자기를 객관화해서 볼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본인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잘못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무리 유바비가 완벽했어도 유미가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유가 그것이다. 유미는 스스로를 너무 잘 알았고 바비에게 한 “너를 다시 만난다고 해도 똑같지 않을 거야” 대사는 본인 스스로에게 한 말과 다름없었다.
그 객관화가 상징적으로 표현된 요소가 바로 우선순위다. 웹툰에서는 모든 사람마다 삶의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는 것처럼 묘사되는데 사실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우선순위가 굉장히 모호하고 순위 간 경계도 흐릿한 경우가 많다. 우선순위 자체가 없어서 관계에 문제가 되는 사람도 있고.
유미의 경우, 연애라는 압도적인 1순위가 있었고 본인이 그것을 확실히 인지한 경우다. 그리고 그 순위를 쪼개서 들어가다 보면 연애 안에서도 우선순위가 발생한다.
사람을 만날 때 나에게 중요한 것 리스트
예를 들어 연락이 최우선에 올라있는 사람이라면, 평소 다정한 말투의 사람이었더라도 연락이 끊겼을 때 이별을 생각할 것이다. 솔직함을 최우선을 생각한다면, 평소 연락을 잘하더라도 거짓말을 했을 때 이별을 생각할 것이고.
문제는 내가 내 우선순위를 잘 모르고,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도 모르며 잘못은 했는데 용서해야 하는지 이별해야 하는지 모른다는데 있다. 그래서 친구에게 물어보고 연애 상담을 한다. 어쩌면 답은 자기 자신 안에 있는데 말이다.
핵심은 관계에 있어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우선순위에 대해 아는 것이다. 잘못을 했는데 그 순위에서 충분히 커버가 된다면 용서를 하고, 중요한 순위를 건드렸다면 이별을 고려해야 한다. 한마디로 ‘안 맞는’ 것이니까.
이 핵심 우선순위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유미의 경우에는 그것이 ‘딴마음 품기’였던 것이고. 그렇기에 “어머, 남친이 이랬다고? 당장 헤어져!”라고 단순히 이야기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다 다르고, 받아들이는 것도 이해하는 것도 다르며 잘못에 대한 용서와 분노 타이밍도 모두 다르니까. 스스로에게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수밖에.
그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