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하는 것
방금 고속터미널 버스를 기다리다 한 연인을 봤다. 버스에 올라타는 여자는 뒤를 끊임없이 돌아봤고 그곳에는 그녀의 남자 친구가 있었다. 남자는 여자가 표를 찍고 올라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그 손을 흔드는 모양을 여자는 깊이 간직하고 싶어서인지 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버스가 떠나고 둘은 멀리 떨어지고 있었지만 오히려 가까워지는 것처럼 보였다.
몸이 떨어져 있는데 강력하게 연결된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 사랑이란 감정이다. 사랑한다고 말한 그 이후부터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서로를 묶고 단단히 연결된다. 사랑의 힘은 모두 이 끈에서 나오고 사랑이 흩어지는 것은 모두 끈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처음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나누고 교제를 시작할 때는 서로 통한 그 교감이 너무나 설레고 벅차오르게 만든다. 누구나 그렇다. 낯선 누군가가 익숙한 누군가가 되고 나아가 세상에 한 사람뿐인 사람으로 변하는 그 기쁨이다. 가장 아끼는 사람에게 건네려고 또 아껴뒀던 사랑의 끈을 연결함으로 느끼는 기쁨이다.
하지만 처음 마음을 나누며 기쁨을 느끼며 연결됐던 끈은 한번 통했다고 계속 원하는 걸 주지는 않는다. 한번 다툼이 일어나면 칼로 한쪽 끈에 흠집을 내고 오해를 하고 싫은 말을 하면 끈을 느슨히 놓는 과정을 반복한다. 단단히 연결됐던 끈이 어느새 풀어헤쳐지고 끊어지기 바로 직전이라면, 내가 열렬히 추앙했던 누군가를 이제는 그렇게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끈은 계속해서 정비해야 한다. 두 사람의 연결은 계속되어야 한다. 끊임없이 교감하며 들여다봐야 하고 새로운 고백을 해야 한다. 한 사람만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가 그래야 하며 내 마음을 살피고 상대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 그런 지난한 과정이 사랑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런 과정을 지나고 나면 어느 경지에 이르게 된다. 끈으로 연결된 두 사람이 아니라 가운데 끈이 있을 뿐인 한 사람이 된다. 사랑의 경지다.
사랑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그 사람이 말을 하지 않아도 내 마음이 그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된다. 그 사람의 감정이, 생각이, 행동이, 계획이 나의 감정이며 생각이 되고 행동이 되면서 계획이 된다. 그 순간은 경이로우며 신비롭기까지 하다.
두 사람이 진정 하나가 되는 것이다. 따로 떨어진 두 개의 삶이 아니라, 상대의 삶 또한 나의 삶처럼 귀하고 소중해지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사랑이 가지는 최고의 경지라고 생각하고 B와 이것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누곤 한다.
“우리는 알고 보니 샴쌍둥이 아녔을까?”
“그럴 수도 있겠다. 둘이 아니라 하나 같아”
이런 관계의 장점은 너무나 평안하다는 것이다. 다툼이 없다. 있을 수가 없다. 그 사람의 마음이 내 마음 같은데 어떻게 불평이 있을 수 있을까. 그 사람은 따지고 보면 또 하나의 내 마음인 것이다. 또 이렇게 이야기한 적도 있다.
“나는 내가 자존감이 매우 낮아서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오빠도 그래? 나도 그래.”
“그래서 그런가. 우리는 나 대신에 서로를 또 다른 나를 대하듯이 더 귀하게 여기고 아끼는 것 같아.”
“맞아. 근데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오빠가 나한테 완전히 전적으로 지지를 해주고 마음을 준다고 믿어서 인 거 같기도 해. 그래서 내 안의 나를 줄이고 오빠로 채울 수 있는 거 같아”
사랑의 끈은 금세 헤진다. 그래서 계속 살펴봐야 한다. 계속 살펴보다 보면 그 사람과 하나가 된다. 그 사람과 하나가 된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랑. 모두가 각자 방식의 사랑이 있지만, 더 단단한 관계를 원한다면 꼭 염두해야 할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