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TR Dec 06. 2022

현아와 던 이별, 장기연애는 왜 이별로 귀결될까

장기연애가 넘어야 되는 장벽

현아와 던이 이별했다는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그들이 왜 헤어졌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고 우리가 알 필요도 없는 프라이버시의 영역이지만 연예계 흔치 않은 장기연애 커플의 이별을 보면서 생각은 많이 들었다.


“왜 장기연애는 결혼이 아닌
이별로 마무리를 지을까?”


여기서 장기연애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으나 최소 4년 이상은 만나야 장기연애라고 할만하다. 현아와 던도 6년 연애였고. 보통 연애의 어느 시점, 혹은 어느 나이의 시점에서 서로 연애의 다음 단계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눈다. 결혼. 그런데 장기연애의 상당수가 이별을 택하고, 그 와중에 새롭게 만난 사람과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하는 사례를 종종 꽤나 많이 본다.


오래 만난다는 건 그만큼 서로에 대한 좋음이 있다는 건데 왜 헤어질까. 장기연애를 이끈 무언가 대신 이별을 이끄는 요소가 더 큰 걸까?


먼저 전제해서 확실히 해둬야 하는 건 우리는 흔하게 장기연애라고 연애의 카테고리에 묶어두지만, 사실상 이들은 - 결혼이라는 제도에 묶이지 않았을 뿐이지 결혼한 것이나 다름없는 관계다. 최소 4년 이상 만나서 많은 걸 주고받았다면, 같이 살지 않았을 뿐이지 결혼생활의 예시 시뮬레이션은 모두 겪었더는 말이다. 결혼생활의 설렘과 서로에 대한 이해, 동시에 결혼생활의 권태와 서로에 대한 무관심, 싫증을 모두 겪는다. 연애기간이 오래될수록 이런 경험이 쌓이고, 결혼한 것만큼이나 경험치가 쌓인다.


5년이 넘고 6년이 되면 어느 시점에 서로가 무감각해지는 시점이 오기도 한다. 결혼을 안 했는데, 마치 결혼한 것처럼 오래된 둘 사이. 여기에 중요한 분기점이 하나 생긴다. 바로 옵션이다.


연인 사이에 최고 3년 사귀고 결혼이라는 갈래를 타서 제도와 어떤 테두리 안에 놓이게 된다면, 그 이후에는 옵션이 없다. 이혼이라는 숨겨진 옵션이 있긴 하지만, 드러나있진 않다.


장기연애 커플은 어떨까. 이들에게는 항상 이별 옵션이 있다. 이별에 대한 가능성. 아이러니하게 연애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이별 위험 요소는 정비례하게 되고, 결혼이라는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문제는 이 이별의 위험 징후는 커플 당사자들도 민감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극도로 편안해진 둘 사이에 대해 질문을 한다.


“이미 결혼한 것 같은 상태의 둘인데 굳이 결혼을 하는 게 맞을까?”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데 결혼하는 게 맞을까?”

“너무나 편해져서 이제 설레는 건 하나도 없는데 이렇게 결혼을 결정하는 게 맞을까?“


보통 이 질문을 던지고 이별을 선택하게 된다. 어찌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결혼에 대한 메리트가 전혀 없으니까. 결혼은 환상이고 기대인데 장기연애의 시간이라는 녀석이 그것을 모두 깨뜨려놨다.


여기서 장기연애 커플이 결혼을 하는 경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편안함과 서로 잘 알고 있음을 평생 가져가고 싶다고 다짐한 커플들에 한해서다. 보통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사랑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미 무척이나 편안해져서 어쩌면 권태처럼 느껴지는 상대를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6년 만난 상대의 사랑 고백보더 어떤 낯선 사람의 한마디가 마음을 더 설레게 하는 걸 어쩌겠는가.


장기연애의 함정이자 장벽은 이것이다. 그 긴 시간이 만든 관계가 어떨 때는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하거나 이별로 마무리하게 한다.


누군가를 오래 만날 수 있다는 건 축복이지만, 문득 헤어지고 싶다고 말하고 싶을 때 그 생각이 맴돌아서 장기연애가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만남도 이별도 다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누구도 비난할 수도 있고. 오래 만난만큼 심사숙고하는 선택들이, 각자의 선택들을 만드는 새로운 길이 있을 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