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TR Dec 20. 2022

귀여우면 끝이다

사랑에 빠지는 단순한 과정

우리는 아기를 볼 때면 ‘귀엽다’라는 생각을 곧 한다. 그런데 귀엽다는 생각의 본질에 대해서는 그리 고민하지 않는다. 귀엽다는 느낌이 바로 전달이 되고, 무저항으로 받아들여지며 저절로 무장해제되는 그 일련의 과정이 무척이나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아기나 강아지 고양이를 볼 때 귀엽다고 느끼는 건 우리 인간 DNA 속에 어린 생명을 보호하게끔 유도하는 장치나 다름없다 생각한다. 어찌 보면 귀찮고 경제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삶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하는 아기를 굳이 수고를 들여 키우는 이유는 바로 그 귀여움에서 오는 사랑스러움이 한몫한다. 그 귀여움의 정체가 아니었다면 인류는 이어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귀여움이 인류를 살린 셈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비약일 수 있지만,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절대 현실이다. 귀여움이 연애 관계에 미치는 영향 말이다.


나는 연인이 계속 오래가는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연인이 귀엽나요? “

“당신만 아는 연인의 귀여운 점이 있나요?”

“연인에게만 보여주는 귀여운 모습이 있나요?”


핵심은 그 사람 자체가 귀엽다가 아니라, 관계로 인해 보이는 시각, 그러니까 상대가 귀여워 보이는 단계로 접어들었냐 라는 것이다. 누가 봐도 귀엽지 않은 남자를 귀엽다고 하는 여자나, 여자의 사소한 아주 평범한 행동을 귀엽게 바라보는 남자처럼 말이다.


이 귀여움의 감정은, 그저 뜨거운 애정이나 친근한 소울메이트 같은 종류의 것이 아니다. 첫눈이 반하 뜨겁게 사랑을 해도, 친구 이상으로 너무 편안해서 이심전심한 사이라고 하도 상대가 귀엽지 않을 수 있다. 귀여움은 관계가 나아갈 때 꼭 지향해야 할 것은 아니지만, 쟁취하게 됐을 때 서로의 관계를 더욱 부드럽게 만드는 윤활제 역할을 한다.


귀엽게 느낀다는 건, 당신만 보는 상대의 귀여움을 발견했다는 건 그 사람에 대해 무제한 수용을 하겠다는 무의식적인 다짐과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상대의 잘못도 귀여움으로 인해 용서가 되고, 사랑스럽다고 느끼는 상대의 모습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서로에 대한 장벽은 하나둘 무너진다. 귀여움이 아기에게 그랬듯 상대를 무장해제시키고 어떤 이유 없이 무조건적인 애정을 쏟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 귀여움의 가장 큰 힘은 이유가 없다는 것인데, 상대를 좋아할 그리고 관계를 이어갈 이유를 끊임없이 찾는 요즘 시대에 귀여움에 걸려들면 끝이다. 이유를 들 필요가 없어진다. 한마디면 된다.


귀엽잖아!


상대의 귀여움을 발견한 것은 굉장한 축복이다. 상대가 나의 귀여움을 발견했다면 그것은 더없는 행운이다. 그럼 나는 귀여운 사람이 되어야 해?라고 묻는다면 그럴 필요는 없다고 대답해주겠다. 누가 봐도 귀엽지 않은 구석도 사랑해줄 수 있는, 그런 상태이니까. 소파에 일자로 누워있는 그런 모습, 아침에 두 눈 팅팅 부어서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 아침밥을 와구와구 잘 먹는 모습, 같이 걸을 때 손을 주머니에 같이 넣는 버릇과 저 멀리서 자신을 발견하고 뒤뚱뒤뚱 아장아장 걸어오는 모습까지.


귀여움은 그 자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내가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귀여움이 될 수 있다. 귀여운 사람과 귀여운 사랑, 모두가 할 수 있는 것.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사람인지 알아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