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진짜 부모가 될까?
이 매거진을 안 쓴 지도 어언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 한 달에 한번 일 년의 열두 번 기회는 정말 쏜살같이 지나가더라.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랬다. 정말 될 것 같았던 달에 속절없이 안 됐을 때 잠깐 우울감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러다 2월이 됐다.
영 좋지 않은 달이라고 생각했다. 내 상태가 정말 메롱 이었다. 야근을 정말 많이 했고 체력도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우리가 잡은 최적의 날이 주말이 아닌 평일이었다. 이제까지 정말 운(?) 좋게 금요일이나 주말에 최적의 날이었는데 2월은 그렇지 못한 날이었다. 그래서 그럴까, 마음을 편히 먹은 건지.
나는 항상 B의 생리일자를 기억해 둔다. 앱에 체크해 두고 몸 상태도 자주 물어본다. 2월의 생리 예정일이 다가왔다. B는 생리 전 증상 같은 것들이 왔다. B는 이번에도 안된 것 같다고 했고, 나도 어느 정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대가 올랐다.
생리 예정일이 3~4일이 지났을 무렵 우리는 임테기를 꺼내 들었다. 사실 다른 생리 앱에서는 예정일이 좀 남았었지만 말이다. 주말 아침,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B가 나를 불렀다. 나는 바로 잠에서 깨서 임테기를 준비했고, 눈을 비비며 뭐가 나올지 살펴봤다. 비몽사몽 하던 차에, 눈을 의심했다.
두 줄.
그것도 바로 즉시 나오는 두 줄이었고, 엄청나게 진한 두 줄이었다.
“오 마이… 이거 맞아?“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어떤 반응을 해야 하는지 머리가 살짝 마비가 된 듯. B에게 임테기를 보여줬다. B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믿을 수 없는. 눈앞에 보이는 게 진짜인지.
예전에 그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좋아했다가 실망한 이력이 있어서일까. 우리 둘은 정말 놀랄 만큼 침착했다. 침착이라는 표현이 맞을까? 아직 두고 보자,라는 표현이 맞겠구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 플러스. 그 이후로 우리는 두 번의 임테기를 더 했고 모두 두 줄이 나왔다. 먼지가 쌓였던 육아대백과 사전을 주말 동안 읽었고, 집 근처에 산부인과 병원을 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골랐다. 어젯밤에는 태명을 골랐고 오는 금요일에 병원을 예약했다. 엄청난 일주일이었다. 나는 금요일 반차를 썼고 인생의 어쩌면 가장 중요한 순간을 B의 손을 잡고 같이 하려고 한다.
이 사실이 점점 스며들듯이 받아들여진다. 그토록 이 순간을 반복 시뮬레이션해서, 그냥 내가 상상하는 순간처럼 아득히 느껴지기도 한다. B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이제 병원을 가면 좀 더 실감이 나겠지. 올해는 우리에게 어떤 해가 될까? B와 나의 우주가 대격변의 시기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