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도는 회전목마처럼 기다리는
배란은 한 달에 한 번이다. 여자가 소중하게 품고 있던 난자 알이 하나 나오는 날. 한 달에 여러 개도 아니고 딱 하나.
그 난자는 하루만 기다린다. 한 달에 여러 날도 아니고 딱 하루. 12시간에서 길게는 24시간이다. 한 달에 난자 하나, 그리고 정자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
임신이 되기 위해서는 건강한 정자가 난자가 배란된 그 시기에 딱 맞춰 잘 만나야 한다. 그 짧은 시간을 놓치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1년은 12달. 그러니까 12번의 난자를 만나는 기회가 있는 것이고, 그것은 의외로 속절없이 지나간다.
한 달 개념으로 살다 보면 일 년이 정말 빠르다. 연초에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베테기도 준비했던 것 같은데 벌써 7월이다. 2022년의 중반을 넘어섰다.
B에게는 임신할 수도 있으니 해산물도 조심하고, 과격한 운동도 조심하고, 이것도 조심하고 저것도 조심하라고 했던 잔소리들이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니 조금 지친 기색이 든다. 나만큼이나 임신이 되지 않았을 때 B는 우울해했고, 나에게 이번에 안되면 그냥 우리끼리 행복하게 살자는 말도 하기도 했다.
스마일 배테기에서 나온 앱이 있다. 배테기를 스캔하면 배란 임박 여부를 알려주는 신박한 앱인데, 이 앱 안에 임신 성공한 사람들의 후기들이 많이 올라온다. 요즘 이 글을 많이 본다. ‘한 번에 성공했어요’ ‘여러분도 포기하지 마세요’ 글들을 보며 우리도 그렇게 남들에게 축하받고 자랑하는 상상을 한다.
임신 준비에서는 그런 상상을 에너지로 바꿔서 시간이라는 스트레스와 맞서는 것이 중요하다. 갈수록 무기력해지는 순간이 많다. 그러다 또 아이가 없어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도 엘리베이터에 만난 작은 아이를 보고, 그저 눈 맞춤에 행복해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고개를 젓기도 한다.
그렇게 7월이 지나간다. 7월의 난자와 정자가 잘 조우하길. 훗날 우리 아이의 씨앗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