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눈 사이에 작게 아주 작게
우리 어렸을 적에는 매직아이라는 게 있었다. 보통 책받침이나 공책 뒤에 있었는데 실눈으로 보면 숫자나 글자 같은 게 떠올랐다.
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게 솔직히 나는 매직아이를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대체 이게 돼?라는 생각으로 이리 보고 저리 보고 했던 기억이 있다. 옆의 친구가 “약간 눈을 사시처럼 하면 돼”라고 해서 따라 해 봤지만 역시 안됐다.
나에게 매직아이 속 숨겨진 무언가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보니까 답답했지만, 혼자서 매직아이를 흥미 없는 것으로 정당화하며 더 이상 시도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잊혔던 매직아이라는 단어가 삶에 불쑥 튀어나왔다. 임신테스트기 때문이다. 선이 진하지 않을 때에 눈을 개슴츠레 뜨고 그 선을 노려보듯이 하면 안보이던 선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위 임테기 전문가들은 누군가 선이 잘 안 보이는 임테기를 올려도 “축하드려요”라는 확신 있는 댓글을 단다. 임테기 전문가이자 매직아이 전문가인 셈이다. 아마 어렸을 때 매직아이 좀 해 본.
이번에 B와 같이 임테기를 해보며 그 매직아이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더랬다. 보이지 않는 선을 보기 위해. 어릴 적 매직아이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없는 것으로 치부했는데 이것은 그렇지 못했다. 보이지 않아도 있는 것처럼 생각했다. 아니, 있어야 된다고.
업무 중 쉬는 시간에도 사진으로 찍어둔 임테기를 몇 번이나 봤다. 사진으로 확대도 해보며 선의 유무를 보곤 했다. 그러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커뮤니티에 올리기도 했다. 댓글은 “생리 예정일에 다시 해보라”.
다시 기다림을 거쳐 해 본 임테기는 확실한 한 줄이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빼도 박도 못하게 B의 생리가 시작됐다. 한순간 정말 임신이 됐던 거라고 생각했어서 그런지 많은 감정이 오고 갔다.
“아마 화유가 됐나 봐”
“화학적 유산.”
“응. 그래도 수정은 된 거니까 희망이 있는 거지?”
“그럼. 좀만 늦어진 거지 우리는 꼭 만날 거야”
매직아이로, 실눈으로 너무나 흐릿하게만 보이는 아기. 언젠가 또렷하게 우리 품 안에 안길 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