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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TR Jun 09. 2016

아날로그필름 같은 청춘이여

나의 소녀시대 리뷰

카메라 앱 중에 아날로그 필름이라는 것이 있다. 아날로그 도쿄, 아날로그 파리 등. 평범한 장면을 감성적이고 아련한 색으로 바꿔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앱 시리즈는 매니아층을 이끌며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어쩌면 우리가 어떤 소중한 순간을 기억하는 방식 - 그러니까 정말 평범했던 순간조차 몽글몽글한 아련함으로 기억하는 방식을 그대로 담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화 <나의 소녀시대>도 이런 아날로그필름처럼 우리의 기억에 필터를 씌우는 영화다. 평범한 한 소녀의 학창시절. 그 시절 불같은 감정에 흽싸였던 모두의 기억을 소환해서 말이다.


우리 대다수는 매우 평범하고, 별볼일 없는 - 크게 내세울 것 없는 학창시절을 지냈다. 너무나 평범해서 세세히는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다. 우리 중에 얼마나 하이틴 드라마처럼 학교 얼짱과 사귄다거나, 사귀던 첫사랑이 이민을 간다던가 하는 경험을 겪었겠나.



하지만 그런 평범한 기억 속의 어느 순간, 나이가 들고 먹어도 잃어버리지 않는 어느 특별한 순간, 그건 평범한 누구나도 가지고 있다. 정말 짧은 순간이라도 말이다. 이 영화는 그 순간을 다시 찾아준다.


지금이라도 문득 뒤를 돌아보면, 지금에 비해 아무 것도 몰랐던 - 그래서 더 순수한 그 순간들이 영화를 통해 머릿속에 상영된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기억들.



결국, <나의 소녀시대>는 잘 만든 영화라고 볼 수 있다. 무척이나 익숙한 청춘물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의 감정선이 반갑다. 유치하지만 유치하지 않다. 예측 가능한 뻔한 전개이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어떤 위로를 받는다. 우리도 언젠가는 그런 표정과 대사, 감정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 자체에 필터를 씌운 것처럼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한다.



청춘물로 유명한 일본 영화보다 어쩐지 더 한국스러운 이 대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말한다.


"네가 겪었던 어느 순간,
가장 따뜻했던 어느 무렵,

아직도 네 안에 청춘이 있다.
 


과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지지만 동시에 더욱 빛난다. 어쩌면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지극히 평범했던 내 청춘도 이처럼 빛났더라고 다시 기억할수도. 그런 미묘한 힘을 가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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