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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오르는 추락

영화 버드맨 리뷰

by ASTR

인생은 리듬이다. 오르락 내리락. 성공한 자는 그 리듬에 익숙해진 자고, 실패한 자는 가장 높은 곳에서도 가장 낮은 곳에 있는듯 불안해한다.

영화 버드맨의 리건 톰슨은 후자의 경우다. 그의 신경질적인, 발작하는 불안은 스스로의 삶을 끊임없이 최하위 바닥을 갱신해가도록 압박한다. 그 불안의 뿌리에는 과거의 영광 한때 은막의 스타였던 순간 '버드맨'에 있다.


버드맨. 영광의 순간. "제발 나를 사랑해줘" 라고 울먹이며 총을 겨누는 리건 톰슨의 연극 장면은 그 불안의 총화다. 날개가 있는데 날지 못하고, 날았던 기억이 있는데 추락하고 있는 버드맨 리건톰슨.

영화는 리건톰슨의 그런 며칠간의 삶을 '커트' 없이 보여준다. 우리 인생에 편집이란 없는 것처럼 그 곡선을 그대로 보여준다. 관객은 그 곡선 위를 아슬아슬하게 곡예한다.


영화는 이런 촬영기법에 더욱 주목받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리건톰슨 역을 연기한 배우 마이클키튼에 크게 몰입됐다. 사실 그는 '마이클키튼' 스스로를 연기했다. 모두가 그를 배트맨으로 기억하고 있는, 실제로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세상 속에 실존하는 마이클 키튼, 그리고 그가 연기하는 리건톰슨. 그의 독백이 마치 다큐처럼 느껴진건 그만큼 그의 진솔함이 담겨서일까.


결국 이 영화는 불안에 관한 이야기다. 리건톰슨과 그 모든 등장인물들. 실패 잊혀짐에 대한 불안, 비정상이란 것 또는 그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에 불안, 발기부전에 대한 불안, 미래에 대한 불안, 거절에 대한 불안.

버드맨은 한마디로 수퍼히어로를 상징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를 의미한다. 우리 모두 날아오르는 그 순간까지도 추락하는 불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5점 만점에 4.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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