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이즈미
1. 그녀 사진을 처음 봤던 때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눈을 질끔 감고 뉴런을 돌려본다. 언제,
였더라 굴려봐도 뉴런 사이는 이미 끊어졌다. 기억은 대나무숲 사이 어디엔가 버려져 있을거고, 나는 또 영화 메멘토처럼 처음 보는 사람마냥.
그 처음을 기억하고 싶은 이유는, 왜 그때 이 사진을 보고 아무런 요동이 없었는지 알고 싶어서다.
2. 사진은 모르고, 느낌은 안다. 철저한 주관에 따른 내 취향이다. 그건 참 일관되서 나와 이촌 이상의 가까운 사이라면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쉬운 그런 느낌이다. 그게 뭐냐면 - 이상함이다.
난 이상함에 끌린다. 평범함 세상 속에 던져진 뭔가 이질적인 무언가 말이다. 너무 이상해서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기묘한 느낌이, 눈 앞에 그것이 실제하다는 걸 확인하고 전복되면 굉장한 쾌감으로 바뀐다. 최소한 나한테는 그렇다.
비현실이 현실이 되는 영화 <지구를 지켜라> 속 엔딩처럼 말이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바로 이 지점이 현실에서 예술로 넘어가는 지점이다.
3. 예술가는 끊임없이 비현실을 현실로 불러오려고 애썼고, 자신의 상상을 실현해냈다. 모든 인류의 그림이, 음악이, 영화가, 사진이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새삼스러운 사실은,
나는 이 작은 일본 소녀에게서 발견하고 만것이다.
4. 점심 시간에 한 페북 페이지에서 이 사진을 다시 만났다. 이 기묘한 소녀가 텀블러에 사진을 올린다고 적어뒀다. 당장에 텀블러에 그녀의 이름을 검색했고, 팔로우를 했다. 그리고 텀블러 글이 300개가 될때까지 한번도 하지 않았던 리블로깅을 했다. 그녀의 사진은 내 속의 어떤 지점을 정확히 설명하고 있다. 뭔가 - 이상함.
5. 이즈미는 자신을 표현하기로 '외로운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두명의 내가 찍힌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6.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이즈미가 이야기한대로, 나도 그런 기분이 휩싸이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검은 버스 안에서도, 혼자 앉은 사무실 책상에서도. 그냥 그녀에게 사진을 선택해서, 그 이상함을 표현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 그런 마음 뿐이다. 나 정말 많이 위로 받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