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리 폭탄으로 당 충전해보자
반차를 냈다. 반차를 내고 뭘 할까 생각을 하고 있어보니 B의 한달의 한번 오는 그 고통과 스트레스 짜증날이 공교롭게 겹쳤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래서 오늘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페인킬러 요리를 해보기로 했다.
언제나처럼 준비물은 심플. 바나나와 초콜릿, 땅콩버터를 준비한다. 요리는 집에 있는 걸로 최대한 하는 것이 법칙. 왠지 남자요리에 맨날 땅콩버터가 등장하는 것 같지만 아직도 많이 남았으니 무시하자.
바나나는 참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어쩜 이렇게 생겼지. 세개 정도 따서 껍질을 벗겨준다.
춉춉. 바나나를 썰어준다. 두께가 들쑥날쑥한 것 같지만 양해해주자. 음식은 정성이다.
다음에는 땅콩버터가 등장한다. 땅콩버터를 처음 만났던 때가 생각난다. 그는 자신감에 차 있었고 눈빛은 맑았다. 나를 퍼먹어, 라고 말하며 줄지 않는 양을 가리켰다. 나는 은색 스푼으로 그의 몸을 탐닉했다...
땅콩버터를 살짝 덜어 바나나 위에 살짝 놓아준다. 이게 뭐냐면 바나나 샌드위치를 만들거다.
이렇게 말이다! 비주얼이 좀 되는군!
그리고 이것들은 냉동실에 1시간 가량 얼려준다. 바나나 자체가 물렁하고 게다가 땅콩버터까지 발랐기 때문에 단단히 얼리는게 중요하다.
자 이제 얼리는 동안 초콜릿 준비를 할 차례다. 초콜릿은 ABC초콜릿으로 했다. 그냥 세일하길래 샀다.
이렇게 싹싹 까주자.
중탕을 한다. 하다가 오래 걸려서 전자레인지로 좀 돌려줬다.
자 그럼 이런 묽은 초콜릿이 나온다. 으 보기만 해도 뻑뻑해. 하지만 내 목을 타넘어가면서 내 몸을 짜릿하게 하겠지. 이 요망한 당뇨의 원인 같으니라고.
샌드위치를 만든 걸 이렇게 초콜릿 범벅으로 만들어준다. 세심하게, 섬세하게.
그 다음 사진을 깜박하고 안 찍었다..
초콜릿을 묻힌 다음 다시 냉장고에 얼려준다. 묽은 초콜릿이 다시 딱딱해질 때까지.
그럼 이렇게 바나나 초콜릿 완성!
하나 먹어봤는데
온 세상 스트레스와 우주의 모든 아픔이 사라지고 심장 혈압이 높아지는 그런 기분. 너무 각성되서 눈 앞이 개안되는 그런 기분이 드는 초콜릿이다. 악마의 초콜릿이 따로 없네.
진짜 필요 시에, 긴급할 때 하나씩 먹는걸로 - B에게 이야기해줘야지.
그럼 남자요리는 다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