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별을 한다

예기치 못한 순간

by Lulina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날은 유독 설레었는데, 남편회사에서 크리스마스파티가 있던 날이었다. 평소에는 아침마다 한국에 있는 부모님께 영상통화를 드리곤 했는데, 부모님은 잠옷바람으로 영상통화를 받곤 하셨다. 그날아침은 다가올 파티에 취해, 다녀와서 후기를 전해드릴 요량으로 전화를 건너뛴 날이었다. 오후가 지나고 며칠 전부터 준비해 둔 드레스와 액세서리를 착용하며 화장을 마쳤다. 분주히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선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엄마가 아닌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 엄마가, 뇌출혈로 급하게 수술을 했는데…….. 수술은 상당히 잘되었는데, 예후가 좋지 않단다……. 너무 멀리 있어서 올 수 있겠나……. 일단 알려주려고 전화했다.”


애써 담담한 듯한 아빠 목소리에 머리가 멍해지며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통화를 끊고 나서야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냈다. 그날은 아빠 생신이라 동생들이 고향으로 가고 있던, 그런 날인데….. 다 같이 미역국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있을 텐데…….. 머리가 백지장이 된 것 같았다. 바로 전날 아빠께 생신 용돈을 전해드리며, 생신 축하인사를 드렸는데….. 남편은 나와 둘째 아이의 비행기표를 끊느라 정신이 없고, 나는 서둘러 몸을 둘러쌌던 장신구들을 쥐어 뜯어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갈 수 없게 된 파티가 아쉬워 우느라 남편이 진땀을 빼고 있었다. 비행기표는 매진인 이코노미석에 웃돈을 더 주고 나서야 겨우 예약을 할 수 있었다. 내일 한국으로 출발할 거라는 소식에 , 눈물이 흘러넘치는 아빠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빠 괜찮아…?”

“……흐윽…..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싶다……….”





동생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철도 파업으로 예정보다 하루 일찍 고향으로 내려갔던 막내는, 엄마가 심정지가 오고 나서부터 아빠와 같이 병원에 있던 중이었다. 우리 집 공주님 둘째는, 아침에 연락을 받고 기차표를 바꾸질 못해 시부모님이 차를 태워 고향으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난 한국에서 15시간 떨어진 미국에서 마음을 가다듬으려 노력했다. 10프로의 희망도 없다는 이야기. 10프로의 희망이 다가와도 식물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오갔었다.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아이와 내 옷을 가방에 집어넣으며, 기도를 하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애써 담담하게 마음을 다잡다가 온몸에 힘이 빠져 드러누워 있다가…… 정신 똑바로 차려야 세 살 아이를 데리고 사고 없이 엄마에게 갈 수 있겠단 생각에…. 마음을 굳게 먹으려 안간힘을 썼다. 아무리 자려고 노력을 해도 눈물이 앞을 가려 잘 수가 없었다. 아, 눈물이 앞을 가린다는 게 이런 말이구나…… 하염없이 울다 지쳐 있는데, 남편이 옆에 조심히 눕는다. 사랑의 온기때문이겠지…… 그리고 잠깐 잠이 들었다. 두 시간을 잤던 모양이다. 창밖은 아직 캄캄한데 문득 기도가 하고 싶어졌다. 그 기도는 온통 엄마가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말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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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