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별을 한다. 3

최후통첩

by Lulina

최후통첩이 날아들고 더 수척해진 아빠는 몇 번이고 쓰러지실 뻔했다.


“나는 아직 놓칠 못하겠는데…..”


아빠의 눈물, 친구들에게 안겨 겨우 서 계시는 모습까지도 온통 낯설었다. 부조리 투성이었다. 어떻게 며칠 만에 모르겠는 것들 투성이인 삶으로 들어서게 된 걸까. 지인들과 친척들은 숭늉을 끓여 와 아빠와 우리들 입에 넣어주거나, 함께 복도에서 시간을 보내주며 위로를 나눠주었다. 나에게 주어진 엄마와 만날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딱 오분 남짓. 전화 통화를 해도 한 시간은 기본으로 하던 우린데, 5분이라니…….. 대체 무슨 말로 채워야 할까. “엄마 사랑해. 나는 엄마 딸이어서 너무 행복해. 고마워요. “ 이 말들로 나의 5분을 가득 채웠다. 대답 없는 허공을 헤매던 5분들……… “나도, 사랑해. 고마워, 진아.” 엄마가 들었다면 이렇게 대답하셨을 텐데.




엄마에겐 형제가 없는 대신 많은 친구들이 있었는데, 어릴 때부터 함께 만나고 보아왔던 친구들이라 ‘이모’라 부르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았다. 그날은 그랬다. 엄마 없이, 이제 성인이 된 우리와 이모들이랑 도란도란 엄마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에게 언제나 언니나 엄마 같던 ‘우리 엄마’의 이야기들. 다들 같이 울며 웃으며 얼마나 수다를 떨었는지 모르겠다. 엄마는 평소에 이모들 칭찬을 많이 해주었는데, 참 구체적이고 세세했다. 나는 그 이야기들을 이모들에게 전해주었다. 그렇게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다 오후가 되고 하나 둘 각자의 집으로 자리를 떠나 우리 가족만 남았다. 최후통첩이 남았기에, 아빠에게 시간을 드리고 싶었다. 덥수룩해진 아빠에게 이발을 권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엄마를 찾는 조카를 달래러 여동생이 막 자리를 비운 사이……. 막내와 나에게 임종면회를 알리는 간호사의 적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없이 자리를 비운 이들에게 전화를 하고 그렇게, 마지막으로 엄마를 만나러 갔다.




사랑한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내뱉었을까. 평소에도 이만큼 내뱉었더라면 이렇게 후회스럽지 않을까. 기억나는 거라곤 뒤늦게 헐레벌떡 달려온 아빠의 말이었다.


“미안하다.”




이 모든 일이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아무런 준비도, 예고도 없이, 이 모든 일이 5일 만에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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