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pler-16b: 두 개의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
타투인(Tatooine)은 영화 스타워즈 (Star Wars) 시리즈 전편을 관통하는 중요한 배경이 되는 행성으로, 나중에 다스 베이더가 되는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고향이자, 그의 아들 루크 스카이위커가 자란 곳인 동시에, 루크 스카이워커의 스승인 마스터 제다이 오비완 케노비가 제다이 학살을 피해 은둔해 있던 행성이다. 1977년에 처음 시작한 스타워즈에는 수많은 명장면들이 있지만, 아마도 루크 스카이워커가 지평선 너머로 지는 두 개의 태양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이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
감독인 조지 루카스가 어디에서 영감을 얻어 두 개의 태양을 가지는 행성을 생각했는지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원래는 촬영이 이루어진 튀니지 사막의 대기에 의해 생길 수 있는 광학적 환영 (한 개의 태양이지만, 대기의 굴절등의 효과로 인해 두 개로 보이는)을 이용하여 황량한 사막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한 의도였지만, 촬영 후 이미지 처리를 통해 이 환영효과를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두 개의 태양을 묘사하는 것으로 의도가 바뀌었다고 나온다. 어찌 되었건 1977년에 영화적 상상에 의해 탄생한 두 개의 별을 공전하는 타투인 행성은 약 35년이 지나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케플러 (그렇다, 케플러의 법칙에 들어 있는 바로 그 요하네스 케플러, Johannes Kepler, 의 이름을 딴) 우주 망원경은, 행성이 별을 가리거나 별뒤에 숨는 과정에서 생기는 별의 광도 변화를 측정하여 그 별 주위를 도는 지구형 행성을 발견하기 위해 2009년에 발사되었다. 케플러 망원경이 발견한 행성들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이름이 붙는다. 우선, Kepler뒤에 숫자가 붙는데 이 숫자는 발견한 별(한 개의 별 또는 이중 혹은 삼중성)에 따라붙는 고유한 이름이고 그 숫자 뒤에 알파벳 소문자 b부터 시작해서 발견된 순서대로 c, d, e, f와 같은 순서로 행성의 이름을 붙인다. 예를 들면 Kepler-71c는, 케플러 망원경이 관측한 별 (71번) 주위를 도는 행성 중 두 번째로 발견된 행성이다. 별이 이중성 혹은 삼중성인 경우 숫자뒤에 알파벳 대문자를 더해 어떤 별인지를 구별한다 (밝기 순서로 A, B, C와 같이 이름을 붙인다), 예를 들어 Kepler-16(AB)b는 두 개의 별(A와 B)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 중 첫 번째로 발견된 행성이다.
2011년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발견한 행성 Kepler-16(AB)b 또는 줄여서 Kepler-16b은, 최초로 발견된, 두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이다. 말 그대로 스타워즈에 나오는 타투인 행성인 셈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종류의 행성은 루크 스카이워커가 살 수 없는 너무나 가혹한 환경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 (영어로는 Habitable Zone이라고 부른다)이라는 말을 혹시 들어 보았을지 모르겠다. 말 그대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지니는 행성들이 별 주위를 안정적으로 공전할 수 있는 한정된 공전 궤도 반경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생명체의 전제 조건이 물이라고 하면, 별에 너무 가까워 물이 증발해 버려서도 안되고 별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물이 얼음상태로 존재해도 안 되는, 즉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어야 하므로 골디락스존 (Goldilocks zone)이라 불리기도 한다 (골디락스와 세 마리의 곰 이야기에 나오는 뜨거운 수프를 먹지 못하고 불평하는 곰들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그런데 행성이 두 별 (이들도 서로를 공전하고 있다) 주위를 안정된 상태로 공전하기 위해서는 공전궤도의 중심이 되는 두 별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가까이 있으면,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듯이 행성은 불안정한 궤도 운동을 하다가 멀리 튕겨져 나가 버린다 (서로의 중력에 의해 묶여있는 세 물체를 기술할 수 있는 궤도 방정식은 존재하지 않으며 수치 모의실험을 통해서만 궤도의 안정성 여부를 조사해 볼 수 있다). 따라서 두 별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 행성들은 많은 경우 별에서 멀리 떨어져는 차가운 가스형 행성인 경우가 많다.
지각(地殼)도 없고, 더구나 그 지각을 딛고 살아갈 생명체도 없는 타투인 행성을 상상하면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전에도 얘기했듯이 천문학자들은 보이는 것에 기반에서 가설을 만들고 이를 시험하기 때문에, 지금 천문학자들이 신나서 얘기하는 것들이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 관측가능한 우주에는 1조 개의 은하가 있고 각 은하당 또 그만큼에 해당하는 별들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은 이 우주 어딘가에는 여러 가지 제약 조건을 딛고 살아남아 생명체를 창조해 낸 행성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고 그중에는 루크 스카이워커가 살았던 타투인 행성과 같은 행성이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