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 검출 10 주년
10년 전 이맘때 (2015년 9월 14일) 우주의 어딘가에서 두 개의 블랙홀이 병합하여 하나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나온 중력파가 우리에게 도달하였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예견하는 중력파는 과거 우주의 어딘가에서 블랙홀 병합이 있을 때마다 발생하였을 테고 매번 우리도 모르게 지구를 스쳐 지나갔을 테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한 수 십 년간의 과학자들의 노력이 결집된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LIGO, 라이고 관측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날 긴장과 흥분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알람이 울리고 모두에게, 확실한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함구령이 내려졌다고 한다. 모두들 마음 한구석에 믿음은 있었지만, 한편으론 '설마 진짜 관측되겠어?'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신호를 마주하는 기분은 어떤 것이었을까?
2015년 9월 14일에 관측되었다 해서 GW150914로 명명된 이 '사건'은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론을 발표한 지 정확히 100년 이 지난 후 일어났다 (타이밍도 기가 막힌다). 필자는 이 사건이 발생하기 2년 전에, 두 군데 라이고 관측소 중의 하나인 미국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에 있는 라이고 관측소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 당시 와이프가 이곳 교육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을 하고 있었던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L자 모양의 4킬로 미터길이의 긴 터널 두 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까이서 보면 '이게 뭔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반원형의 뚜껑으로 덮인 터널 안에는 인류가 현재 기술로 만들 수 있는 가장 민감한 진동 감지 장치가 숨어 있다.
두 개의 터널 끝을 향해 동시에 레이저를 쏘아 각각의 터널 끝에 매달린 거울에 반사되어 돌아온 신호의 시간차이를 분석하여 중력파 때문에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의 구조에 변화가 있었는지를 재는, 이론상으론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기술을 요구하는 (양성자 지름 정도 크기의 공간 변화를 감지해야 한다고 한다) 이 실험을 진행하는 관측소에서는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인위적 진동을 제어하기 위해 최대한의 정숙 (말도 하지 말란 뜻은 아니다)을 요구한다. 심지어 필자가 방문하는 기간에는 관측소가 관측을 위해 정비를 하는 휴식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측소 내에서 자동차도 시속 24킬로 미만으로 다녀야 했다.
필자는 라이고와 관련이 없는 일을 했지만, 과학자로서 그런 커다란 발견에 조금이라도 공헌을 한다는 것은 정말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랑스럽게도 한국 과학자들도 이 발견에 기여를 했다는 사실은 한국 과학의 올라간 위상을 보여준다. 언젠가는 한국도 커다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리드하여 인류사에 남을 위대한 발견을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