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신성 우주론의 오류 가능성, 그리고 과학이론의 진화
최근에 한국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연구팀이 영국 왕립 학회지에, "초신성을 표준광원으로 사용하여 우주가 가속팽창을 하고 있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이 결과로 노벨상까지 수상한" 우주 상수를 기반으로 하는 표준 우주론에 있는 오류를 지적하는 논문을 출판하였다 (기사 참조). 더 나아가 이 오류를 수정하면 우주는 현재 감속 팽창을 하고 있고 이렇게 "수정된 초신성 우주론"은 다른 관측방법에 기반한 독립적인 연구결과가 지지하는 우주론과도 일관된 결과를 보여준다는 사실을 적시하였다 (사실은 이것이 가장 흥미로운 결과이다).
현재 초신성 우주론에서 쓰이는 표준광원 모형은 "초신성의 절대 밝기와 초신성이 발견된 모은하의 나이" 사이의 올바른 상관관계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논문의 요지인데 이를 제대로 보정하면 우주팽창에 관해서 다른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이 연구 결과가 맞다면 이미 노벨상을 받은 연구 결과와는 다른 내용이기에 상당히 파급력이 크고 중요한 연구라 하겠다.
필자가 양쪽 입장에 대해서 무어라 말할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닌지라, 더 이상의 얘기는 하기 힘들지만, 연세대 팀이 발표한 논문을 보고, 얼마 전에 썼던 베아트리스 틴슬리에 관한 일화가 다시 생각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정확히 같은 상황이다. 이미 발표되어 학계에 인정을 받고 있는 연구결과가 관측자료의 편향성과 어느 정도 예견 되었던 관측 대상의 물리적 성질의 진화를 세심하게 살피지 못하고 그 영향을 무시했다는 점과 상대방의 명성과 위치가 드리우는 그늘에 가려진 누군가가 이에 정면으로 오류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도전했다는 점이다.
많은 경우 과학 연구 결과들은 기존의 연구결과나 패러다임에 부합하며 이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대부분은 기존의 연구 결과가 맞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불편한 결과를 마주하지 않게 위해서 알게 모르게 말의 톤을 바꾸거나 관측결과가 애매한 경우 입맛에 맛게 결론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 팀의 논문처럼, 이미 거물이 된 연구 그룹이 하는 일에 이렇게 화끈하게 공개적으로 도전하고 당당히 논지를 펴는 연구 결과를 최근에 본적이 별로 없다 (적어도 천문학에서는). 과학은 어쨌든 후속 연구를 통한 수정과 보완을 거쳐 발전하는 것이기에 연세대 팀도 기존의 초신성 우주론 팀도 추가 연구를 계속해 나가겠지만, 이 싸움이 어떻게 진행되어 가는지를 보는 일은 과학자로서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다 (한 과학자의 커리어 동안 이런 종류의 논쟁은 보게 되는 일은 흔치 않다). 과학이 스포츠라면 연세대 팀에 응원을 실어주고 싶다. 지금 까지는 불리한 싸움이었지만, 좋은 후속 연구로 우위를 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한국 과학자들이 그렇게 과학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