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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뾰족뾰족하게 보이는 이유

빛의 회절과 점 확산 함수 (Point Spread Function)

by astro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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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본 별들. (우):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으로 본 별들. 같은 대상을 찍은 사진이다.

잘 알다시피 별은 핵융합이 일어나고 있는 구형의 가스덩어리이다. 태양을 보면 잘 알 수 있듯이 별은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런데 모든 천체사진들에 나와있는 별들의 모양은 동그라미 모양과는 거리가 멀다. 위의 사진은 허블 망원경으로 찍은 별의 모습(좌측)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으로 찍은 별의 모습(우측)이다. 동그라미가 아니라 뾰족뾰족한 가시가 돋친 '별사탕' 모양을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별사탕이라는 말이 이런 별의 모습을 본따서 지은 이름이다). 더구나 허블 망원경에 찍힌 별과 제임스웹 망원경에 찍힌 별 모양을 자세히 보면 뾰족한 가시 개수도 다르다 (허블은 네 개, 제임스웹은 여덟 개, 정확히는 12개이긴 하지만...). 뾰족뾰족한 모양이 그냥 동그란 모양보다 예쁘기는 하지만, 왜 이렇게 보이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에는 별과 같은 점광원의 모양을 결정짓는 빛의 회절과 이로 인해 생기는 점(Point)-확산(Spread)-함수 (Function), Point Spread Function (PSF라고 흔히 줄여서 부른다)에 대해 얘기해 보기로 한다. 빛의 회절을 얘기해야 하니, 지금부터 우리는 빛을 파동으로 간주하기로 한다.


우선 별이 회절 영향으로 인해 점확산 함수의 형태로 보이는 이유는 별은 너무 멀리 있어서 크기를 무시할 수 있는 점광원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점광원의 경우 빛은 사방으로 방사되고 이렇게 방사상으로 방출된 빛의 파동은 아주 먼 거리에 있는 우리에게 도달할 때면, 평면파의 형태를 가진다. 방사상으로 전파하는 동심원 모양의 파동을, 아주 먼 거리까지 계속 그려나가면 먼 거리에 떨어진 곳에서 볼 때 동심원 상의 곡률은 거의 없는 모양이 되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결국 빛은 아래 그림의 왼쪽 가장자리에 보이는 것처럼 빛의 파동의 마루가 나란히 정렬된 평면파의 형태로 진행한다. 이 평면파는 다르게 말하면 매 순간 방사상으로 빛을 방출하는, 공간상에서 정렬된 무수한 점광원들의 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나란히 정렬된 각각의 점광원에서 나오는 방사상 파면을 그려서 각각의 파면들은 겹쳐보면 합쳐진 파면은 직선모양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diffraction_pattern.jpg https://texasgateway.org/resource/171-understanding-diffraction-and-interference


이제 이 평면파가 크기 d 만큼이 떨어져 있는 아주 작은 두 구멍 (S1과 S2)을 지난다고 생각해 보자. 진행하는 파동은 막혀있는 장애물을 만나면 그 경로를 바꾸어 장애물을 돌아간다 (한자말 회절, 回折, 이 의미하는 그대로이다). 위의 그림에서 막혀있는 다른 곳을 제외한 두 구멍을 통해서 전파되는 빛은 (이제 두 점광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구멍을 통과하면서 다시 방사상의 파면을 가지고 전파한다. 이 두 빛들의 파장을 그려보면 중심에서의 방향에 따라 파장의 마루가 만나 빛이 중첩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Max), 파장의 골과 마루가 만나 상쇄되는 곳(Min)이 있다. 그 결과 어둡고 밝은 부분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회절 무늬를 보이게 된다 (그림 b). 그리고 회절무늬의 밝은 부분이 차지하는 폭 (혹은, 두께) 그리고 어두운 부분까지의 거리는 (그림 c), 빛의 파장에 비해 두 구멍 사이의 간격이 작아질수록 커진다 (왜 그런지는 위의 그림의 두 구멍사이의 간격을 줄여서 동심원들을 다시 그려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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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ites.science.oregonstate.edu/~hadlekat/COURSES/ph212/waveOptics/single-slit.html


이제 두 구멍을 만들어낸 판을 치워보자. 그러면 위의 오른쪽 그림과 같이 유한한 크기의 구멍이 생겨나고 이 구멍을 통과하는 빛은 여러 개의 점광원들의 집합이 된다. 앞서 말한 대로 (그리고 위의 왼쪽 그림에 보이는 것처럼), 각각의 점광원이 동심원 모양의 파면을 만들어 낸다면, 이 파면들의 집합은 구멍 중심으로부터의 방향에 따라 중첩과 상쇄가 반복되는 모양을 보여준다. 이제 구멍의 크기를 망원경의 구경으로 생각하면 망원경의 구경이 클수록 (구멍의 크기가 클수록), 회절무늬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사이의 간격이 촘촘해진다 (망원경의 구경이 작으면 그 반대가 되겠다). 회절무늬 패턴의 폭이 좁을수록 우리는 물체를 좀 더 선명하게 보고 구조를 더 잘 분간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정보가 공간상에서 퍼져서 뭉개지는 정도가 덜 하기 때문이다). 이 회절무늬를 천문학에서는 점 확산 함수 (Point Spread Function, PSF)라고 부르며, 점확산 함수의 크기는 관측하는 빛의 파장과 망원경의 구경에 따라서 달라진다 (구경이 큰 망원경을 이용해서 짧은 파장으로 관측할수록 점확산 함수의 크기는 작아진다). 점확산 함수는 어떤 관측망원경을 써서 관측을 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제약이며 (즉 점확산 함수의 크기 보다 더 자세히 천체를 분해해서 볼 수는 없다) 천문학자들은 점확산 함수의 크기를 분해능이라고 부른다.


점광원이 아닌 유한한 크기를 가지는 천체의 경우, 그 천체의 부분 부분에서 나오는 각각의 수많은 점광원들이 만들어내는 합 (천체의 각기 다른 부분에서 출발한 여러 개의 점광원에서 나오는 방사상의 빛은 더 이상 정렬이 되어 있지 않다)이 각각의 점광원들이 만들어 내는 회절무늬를 상쇄하기 때문에 점확산 함수의 모양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허블 우주망원경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에서 별 주위에 보이는 가시모양을 설명할 수는 없다. 도대체 이 가시 모양은 왜 생기는 것일까? 마찬가지로 회절현상 때문이다. 망원경은 반사 망원경인 경우 천체의 빛이 직접 닿는 주경(primary mirror)과 주경에서 반사된 빛을 받아 검출기로 전달하는 부경 (secondary mirror)이 있는데 보통 원 모양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의 주경은 육각형 모양의 조각거울이 합쳐져서 커다란 육각형 모양의 이루고 있다. 망원경 주경의 중심부가 아닌 가장자리에 도달한 빛은, 구멍의 가장자리를 통과하는 빛이 회절을 일으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회절현상을 일으킨다. 이때 거울의 모양에 따라 회절 모양도 달라지게 된다.



aperture_diffraction.png 망원경 거울의 모양 (파란색)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회절에 의한 점확산 함수 (빨간색)


간단하게 그린 위의 그림을 가지고 설명해 보기로 하겠다. 우선 제일 왼쪽의 직선 모양의 구멍을 가진 망원경의 주경을 생각해 보자. 여기에 들어오는 빛 (망원경 거울 모양에 겹쳐 그린 빨간색 선)은 직선에 수직인 방향으로 회절을 일으킬 것이다 (직선에 평행한 방향으로 들어오는 빛도 회절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그 효과는 미약하다). 직선을 따라가면서 각각의 위치에서 직선에 수직으로 생기는 회절 모양들이 망원경의 초점에 모이게 되면 아래의 빨간 점확산 함수를 만들어내게 된다. 그다음 사각형 모양의 망원경 주경을 생각해 보자. 사각형의 둘레를 따라가며 생기는 회절은 역시 사각형 네 변에 각각 수직인 방향으로 회절무늬를 형성하고 이것들이 초점에서 합쳐지면 아래에 보이는 십자가 모양의 점확산 함수를 만들어 낸다. 다음은 육각형 모양의 주경이다. 마찬가지로 육각형 둘레를 따라가며 생기는 회절 역시 육각형 여섯 개의 변에 각각 수직인 방향으로 회절무늬를 형성하고 이것들이 초점에서 합쳐지면 아래 보이는 여섯 개의 가시가 있는 점확산 함수가 된다. 마지막으로 원모양의 망원경 주경을 생각해 보자. 원의 둘레는 직선이 아니지만 자세히 보면 작은 직선들의 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각각의 작은 직선을 따라 생기는 회절무늬들을 합치면 아래보이는 삐죽삐죽한 모양의 점확산 함수를 예상할 수 있겠으나, 중심을 제외한 가장자리의 회절 무늬들은 무수히 많은 회절 무늬들이 겹칠 경우 서로 상쇄되어 없어지고 중심에 동심원 모양의 형태만 남게 된다.


이쯤 되면 여러분들은 제임스웹 망원경으로 찍은 별 모양이 바로 제임스웹 망원경이 가지고 있는 육각형 주경 때문이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허블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은 허블 망원경이 원모양의 주경을 가지고 있음에도 별 주위에 십자모양의 생겨난 것을 볼 수 있다. 뭔가 또 다른 이유가 있음이 분명하다. 망원경의 주경 외에 회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다른 것은 무엇이 있을까? 부경이 있지 않은가? 여기까지 생각했다면 여러분은 훌륭한 과학적 추론을 한 것이다. 하지만 허블 망원경의 부경은 주경과 마찬가지로 원모양이다. 음, 또 다른 무언가 있단 말인가? 그렇다. 모든 현상에는 이유가 있다. 그 또 다른 무엇은 바로 부경을 지탱하는 지지대 (strut)이다. 주경에 도달하기 전에 빛은 부경을 지지하는 지지대를 지나가게 되는데 이 때 지지대를 통과하면서 회절을 하게 된다.


_125812609_2aead833-b938-47bb-9b79-5bd79b375659.jpg.webp https://www.bbc.com/korean/news-62130703

위의 그림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주경과 부경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삼각대 모양으로 부경을 지지하고 있는 지지대를 확인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허블 망원경에도 부경을 지지하는 네 개의 지지대가 있다.

nasa-struts-diffraction-spikes.jpg?webp=1&w=1200 https://www.skyatnightmagazine.com/advice/what-are-diffraction-spikes

주경으로 향하는 빛이 지지대를 만나서 회절 하게 되면 지지대의 배치에 따라서 위의 그림과 같은 회절 모양을 보인다. 위에서 설명한, 부경의 테두리에서 반사하는 빛이 겪는 회절과 마찬가지의 원리로 부경 지지대의 배치에 따른 회절 모양 역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빛이 주경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부경의 지지대를 지나면서 겪는 회절, 망원경의 주경에서 반사하는 빛이 겪는 회절,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경에서 반사하면서 겪는 회절이 다 더해진 결과가 바로 점확산 함수이다. 아래 그림을 통해서 허블망원경 (원형 주경과 네 개의 부경 지지대)과 제임스웹 망원경 (육각형 주경과 세 개의 부경 지지대)의 점확산 함수가 생기는 원리를 깨닫고 실제 두 망원경으로 찍은 별 모양을 보고 나면, 우리가 보는 별의 이미지가 왜 그러한 모양으로 생겨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앞으로 지어질 망원경들의 설계도만 보아도 대충 어떤 별 모양을 보게 될지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DiffractionSpikes.png https://www.astronomy.com/observing/ask-astro-what-causes-the-pattern-of-diffraction-spikes/

사족을 하나 달고 글을 마칠까 한다. 별과 연결해서 얘기를 하기는 했지만, 회절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카메라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렌즈에 빛이 들어오는 양을 조절하기 위해 조리개를 조절해야 할 경우가 있다. 아래 그림에 보이는 것처럼 조리개는 여러 장의 날을 겹쳐서 원에 가까운 다각형을 이루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날의 개수에 따라 달라지는 점확산 함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게도 사각형과 육각형의 경우와는 다르게, 변의 개수가 홀수인 다각형 (그림에서 오각형)의 경우 회절에 의한 가시모양의 개수는 변의 개수의 두 배가 된다 (왜 그런지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Screenshot 2025-09-25 at 11.56.01 PM.png 위키

조리개 날의 개수는 다각형의 변의 개수 (회절무늬의 모양)를 결정하고 조리개를 열고 닫는 정도를 조절하면 빛이 들어오는 구경의 크기를 바꿀 수 있다. 망원경과 정확히 같은 원리이다. 자 이제 그럼 아래의 사진을 보고, 가로등을 찍은 카메라의 조리개 날의 개수와 어느 사진이 조리개를 많이(혹은 적게) 열고 찍은 사진인지 알아맞혀볼 수 있을까?

Screenshot 2025-09-26 at 12.02.05 AM.png https://blog.naver.com/ohyob8888/22135758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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