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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 된다고?

전파 간섭계의 원리

by astrodiary
ALMA-–-English-Subtitles.jpeg 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 (ALMA). 알마 전파 간섭계

위의 사진은 칠레의 고원 아타카마 사막에 건설된 알마 (ALMA) 전파 간섭계를 이루고 있는 전파망원경들의 사진이다. 한국도 알마 전파 간섭계의 파트너로 천문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Square Kilometer Array (SKA) 프로 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ALMA와 SKA는 관측하는 주파수 (혹은 파장)도 다르고 점 확산 함수의 크기로 규정되는 분해능도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여러 개의 전파망원경으로 하나의 커다란 망원경과 같은 효과를 내는 간섭계라는 점이다. 이번 주에는 이 전파간섭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우선 우리가 알고 있는 광학 망원경을 생각해 보자. "오목한" 반사 거울을 이용하여 빛을 한 곳에 모으는 (초점을 맞추는) 망원경의 거울은 빈틈이 없이 매끈한 표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래에 보이는 전파 간섭계들은 "편평한" 대지 여기저기 "성글게" 놓인 여러 개의 전파망원경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상적인 경우를 생각해서, 무수히 많은 전파망원경으로 커다란 대지를 둥그렇게 빈틈없이 채운 후, 초인적인 능력으로 대지에 분포하고 있는 전파 망원경들의 높낮이 위치를 조절하여 망원경들이 커다란 포물면 상에 배치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고 해 보자. 그렇다면 조금 수긍할 만하다. 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먼 얘기이다. 우선 광학 망원경의 반사경과는 전혀 다르게 오목하지도 않은 편평한 대지에 망원경들이 놓여있을 뿐 아니라, 대지를 채우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한 전파 망원경의 개수는, 빈틈없는 거울 표면과는 거리가 멀다. 아래와 같이 배치된 전파망원경들을 모아 어떻게 하나의 큰 망원경으로 만들 수 있는지 쉽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게 진짜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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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전파 간섭계: ALMA, SKA, VLA

전파 간섭계는 광학망원경과의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첫째. 포물면이 아닌 편평한 대지위에 망원경들이 분포해 있고, 둘째. 대지를 채우기엔 망원경의 개수가 너무 적다. 하지만 지금부터 얘기하려는 "전파 간섭계 합성 이미지 기술"은 불가능해 보이는 이 두 가지 문제를 극복할 수 있게 해 주었고 그 결과 천문학자들은 오늘날 드디어 너무 작아서 관측이 불가능할 것 같았던 블랙홀 사건의 지평면을 관측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전파 망원경들을 멀리 떨어 뜨려 배치할수록 더 커다란 구경의 망원경을 만들 수 있고, 구경이 큰 망원경일수록 분해능이 좋아서 작은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다).


첫 번째 문제(포물면이 아닌 편평한 대지위에 있는 망원경)는 각각의 망원경에 빛이 도착하는 시간을 정확히 재어서 그 차이를 보정하는 방법으로 극복한다.

two_elements_interferometer.png https://www.researchgate.net/figure/Schematic-diagram-of-radio-interferometry_fig1_381616851

위의 그림에서, 천체에서 오는 빛은 안테나 B에 먼저 도착하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안테나 A에 도착한다. 포물면을 이루는 거울이라면 빛이 거울 표면의 어디에 도착하던지 반사되어 같은 시간에 초점에 모이겠지만, 전파 간섭계의 경우는 두 빛이 도착한 시간차이를 고려하여 경로를 보정하지 않으면 아래와 같이 두 빛의 위상이 어긋나 상쇄되어 버리기 때문에 정보를 잃어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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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각각의 전파 망원경에 도착하는 빛의 파면을 정확히 정렬하는 것이다. 이는 광학 망원경 경우 초점을 맞추는 것과 같은 일이다. 파면을 정확히 정렬하려면 각각의 망원경에 빛이 도착한 시간차이를 고려하여 빛의 파동을 시간축 위에서 이동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각각의 안테나에 빛이 도착하는 시간을 정확히 재서 저장해 놓아야 한다. 그럼 얼마나 정확해야 할까? 각각의 전파망원경이 떨어져 있는 거리가 수십 미터에서 수 킬로미터 정도 되는 경우, 빛의 속도가 초속 30만 킬로미터 라고 하면, 수 미터 정도되는 시선 방향에 따른 경로차이 (위 그림에서 d*cos( theta)/c)를 정확히 계산하기 위해선 경로차이를 빛의 속도로 나눈 값(10의 8승 분의 1초) 보다 훨씬 정확한 시간 측정이 필요하다. 알마 간섭계 같은 경우 정확도가 10의 12승 분의 1초 보다 더 정확한 원자시계를 가지고 있는데, 300만 년의 시간이 지날 동안 1초 정도의 오차가 발생할 뿐이라고 한다.


자, 이렇게 시간을 정확히 측정하여 각각의 전파망원경에 도착하는 빛의 경로차를 보정하여 빛의 초점을 맞추었다고 해보자. 첫 번째 문제는 해결되었다. 두 번째 문제인 대지를 채우기에 턱없이 부족한 망원경 개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족한 부분은 주위의 망원경들에서 나오는 정보를 내삽 (interpolation)하여 채우면 되는데, 이것은 푸리에 변환을 설명하지 않고서는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따라서 푸리에 변환에 대한 설명을 하는 대신 지난번 점함수 확산에 관해 설명한 내용을 빌어서 얘기를 해 보겠다.


일단 전파망원경 두 개로 이루어진 간섭계를 생각해 보자. 두 개의 전파망원경에 도착하는 신호는, 멀리 떨어진 천체에서 온 평행광이 두 작은 구멍을 만나서 전파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두 구멍을 통과해서 전파하는 빛은 회절을 일으키며 보강과 상쇄가 연속적으로 나타는 패턴을 보여준다. 두 구멍이 떨어진 정도 (두 전파 망원경이 떨어진 거리)가 크면 패턴사이의 간격이 작아지고 (분해능이 증가한다), 반대로 구멍 사이가 가까울수록 패턴사이의 간격은 멀어진다 (분해능이 떨어진다). 이 두 전파망원경으로 점광원인 천체를 관측하면 아래와 같은 줄무늬 패턴을 얻게 된다 (망원경의 배치에 따라 줄무늬의 방향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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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iff.rit.edu/classes/ast613/lectures/radio_iii/radio_iii.html

이제 망원경이 2개 이상인 경우를 생각해 보자. N개의 망원경으로 이루어진 간섭계의 경우, 두 전파 망원경으로 이루어진 쌍의 경우의 수는 N*(N-1)/2개이다. 즉 위와 같은 이미지 종류가 N*(N-1)/2개나 된다. 이렇게 두 전파 망원경으로 이루어진 간섭계가 만들어내는 N*(N-1)/2개 이미지들을 합치면 천체의 이미지를 "복원" 할 수 있다.

Screenshot 2025-10-19 at 6.45.28 PM.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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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7개, (우) 3개의 전파망원경으로 얻은 이미지.http://spiff.rit.edu/classes/ast613/lectures/radio_iii/radio_iii.html

위의 그림은 3개의 전파 망원경 (우측), 7개의 전파 망원경 (좌측)을 이용하며 얻은 이미지이다. 망원경의 개수가 적을 때는 알아보기 힘든 회절 무늬 패턴 (우측)만이 보이지만 망원경의 개수가 늘어나면 점차 점모양의 천체모습 (좌측)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7개의 망원경이라도 오랜 시간 동안 관측하면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천체에 대한 망원경들의 상대적 위치가 변하므로 훨씬 더 많은 종류의 간섭계 패턴을 얻을 수 있고 아래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미지의 상태도 훨씬 좋아진다. 똑같은 개수(7개)의 전파 망원경이지만 오랜 시간 관측을 하면 (왼쪽), 천체의 모양을 더 잘 나타내는 좀 더 좋은 퀄리티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Screenshot 2025-10-19 at 6.45.41 PM.png
Screenshot 2025-10-19 at 6.45.28 PM.png
http://spiff.rit.edu/classes/ast613/lectures/radio_iii/radio_iii.html

"전파 간섭계 합성 이미지 기술"은, N개의 망원경으로 이루어진 간섭계에서 기준이 되는 망원경에 대해서, 모든 망원경에 도착하는 빛의 경로차이를 보정하여 초점을 맞추고, 두 전파 망원경이 쌍을 이루어 만들어내는 N*(N-1)/2개 이미지들을 합성하여 관측한 천체의 모습을 복원하는 기술이다. 처음에는 '이게 과연 될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놀랍게도 가능하다 (빛의 회절과 푸리에 변환을 통해서). 전파 간섭계 합성 이미지 기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준 마틴 라일은 이 공로로 197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현재 간섭계을 이루는 망원경들의 사이를 늘이는 방법으로 우주에서 간섭계를 건설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인간의 상상력과 기술력은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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