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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마주친 풍경 하나, 둘

비슷비슷한 모습 속에, 가끔 생각이 나는 모습들

by 진이

한가한 전철 안에 엄마와 딸아이가 실랑이를 벌인다. 엄마가 혼을 내자 아이는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다. 당황한 엄마는 속삭이듯 말하지만 누구나 다 들을 수 있는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조용히 해.. 집에 가서 보자..


집에서 보자는 말에 아이의 꾹꾹 눌러 담은 울음소리가 음악소리처럼 점점 빠르게 크레셴도 되어간다. 그런 만큼 객실 안에 사람들의 인상은 구겨져 간다. 엄마의 당황스러움이 나에게도 다가온다.


옆자리에서 신문을 보고 있던 남자가 신경이 쓰였는지 보고 있던 신문을 반으로 접는다. 그렇게 아이를 쳐다보더니 급작스럽게 손을 뻗어 아이에 입에 대었다 놓았다 한다.

와 아아아 아~

서부영화에서 보던 인디언들의 “와 아아 아”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 어이없는 상황에 아이도 울다가 웃어버린다. 황당하게 쳐다보다가 또 생각이 났는지 웃어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남자와 아이가 서로를 보고 웃는다. 객차 안에 사람들도 키득 거리기 시작한다



문이 열리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리고 또 다른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온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반쯤 풀어헤친 넥타이와 꾸벅꾸벅 졸면서도 용케 놓치지 않고 가방을 붙들고 있는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있다. 띄엄띄엄 떨어진 빈자리를 앞에 두고 손을 꼭 은 연인이 서있다. 남자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저씨 옆에 여자 친구를 앉히고 자리를 돌아보며 머뭇거린다. 여자는 어서 앉으라고 손짓을 한다. 그래도 그 사람은 그냥 여자 앞에서 버티고 서있다. 조금 더 보고 싶고,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은 표정이 얼굴에 가득하다. 분명 졸고 있던 아저씨가 슬그머니 일어나 반대편 자리로 이동한다. 환하게 변한 여자 친구의 표정만큼이나, 환하게 웃는 남자의 얼굴이.... 밝은 그 미소가 참 잘 어울린다. 반대편으로 이동한 아저씨에게 낮은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말하며 미소를 짓는다.


참~ 별 것 아닌데..


이렇게 미소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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