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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머니" 보다 "엄마"

아빠. 미안~

by 진이
아빠가 좋아요? 엄마가 좋아요?


엄마


그렇게도 어려웠던 질문이었는데....

눈치를 살피며 쉽게 말하지 못했는데....


마흔을 넘어서 다시 들은 이 질문에, 너무 쉽게 대답해 버렸다.


엄마

(아빠. 미안~)


내심 당황했는지 쭈뼛 되던 이가 대답했다.


어~~ 나두요...




젖 달라며 보채는 아이의 울음 속에 옹아리로 엄마를 부르는 소리보다는


칠순 노인의, 어느새 그때의 엄마 나이가 되어서,


엄마

라고 부르는 소리가, 오늘 하루는 '더' 가슴에 들어왔다.


볕 좋은 오후 씩씩거리며 산을 오른다. 어느새 옆은 푸름에서 진 초록색으로 물을 들인 나무들을 바라본다. 덩그러니 자리 잡은 무덤가에 누구네 친척이라는 칠순 노인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가물거리는 기억만큼이나 흐릿해진 눈을 들어 '누굴까? 누굴까?' 애를 쓰는 주름진 얼굴이 들어온다. 양 미간을 잔뜩 찡그리다가 용케 얼굴을 알아보았는지, 다시 바람을 불어넣은 지난여름의 물놀이 튜브 마냥, 그 굵은 주름이 펴지면서 환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 같다.


뜨거웠던 여름날의 어린 시절을 소환해서 인 걸까? 어린아이 마냥 들뜬 노인의 목소리가 한층 가볍게 울려 나왔다. 뒤돌아 무덤을 쓰다듬으며 이런저런 말을 건네며 신이 난 목소리로 말한다.

"엄마. 누구가 왔어요.. "



쫑알쫑알 말이 그치지 않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엄마를 찾는 아직 어린아이와 엄마를 찾는 칠순 노인을 바라본다. 얼핏 그 속에서 반복되는 단어 하나를 느낀다.


"엄마"


누구나 자라지 않는 어린아이를 마음에 담고 있다. 그 아이가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된 지금도 난 '엄마'가 좋다.

(아빠.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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