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지 마세요. 밖에 나가면 미친놈들이 꽉~ 차있습니다. 그러니 굳이, 애써, 미치려고 하지 마세요~
알듯 모를 듯 세상에 가득 차 있는 것들을 볼 때가 있다.
오늘 아침은 하루 종일 계속될 것 만 같은, 무겁게 내려앉은 감정들로 가득 차 있었다.
유난히 컨디션이 나쁜 한 주간인지, 전에 없던 눈물을 보인다.
어린이집 가기 싫어
눈동자에 그렁그렁한 눈물이 한껏 부풀어 오르더니 '뚝' 하고, 마음 한 곳을 쓸어 가버린다.
열이라도 나는 것은 아닌지 이마를 짚어본다.
지금보다 더 작은 아기였을 때, 병원을 오가던 때의 그 눈물이 떠올라 마음이 시렸다. 대신 아파 줄 수는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너'와 '나'. 세상 가장 가까운 인연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너'와 '나'는 결국 독립된 존재니까. 대신 아파 줄 수가 없다. 더딘 발걸음에 출근을 서두를 때, 등 뒤로잔뜩 물을 머금은
아빠. 안녕
소리가 처량하다.
그런 아이를 보며 더 울게 생긴 안사람의 얼굴이 들어온다. 며칠 전 경과를 지켜보자며 최소한의 조치로 간단한 시술을 권고받았다.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하지만, 어디 그럴 수 있나. 폴립을 때어내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린다. 아픈 모습을 봐줄 순 있지만 대신 아파 줄 수는 없다. 점하나를 찍고 지우며 '님'과 '남'이 된다는 부부 관계라서가 아니라, 우린 본래 다른 '개체'였으니까. 대신 아파 줄 수가 없다. 무겁게 문을 밀어 열고 더딘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우리는 홀로 떨어져 서 있는 존재들이다.
그저... 바라 보고 곁을 지키고는 있지만, 대신 아파 줄 수는 없는, 그래서... 슬픔이 꽉 차 있는 세상이었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대신해, 좋아하는 종류만 골라서 한통을 담아낸다. 그리고 그 아이스크림 한통에 초를 밝힌다. 생일을 축하하며 한 자리에 모였다. 그새 꽁꽁 얼어버린 아이스크림에 전투적으로 숟가락과 손가락을 동시에 사용하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숟가락을 들었다 놓는 어른들의 모습도 함께 보인다. 반달눈을 하고 있는 아이의 눈을 바라본다. 그것으로 좋았다.
간단한 시술을 끝내고, 걱정할 것 없다는 결과도 전해 들었다. 한시름 놓았다는 말을 듣고서, 걱정 없는 것처럼 보이려 애쓰던 모습들이 스쳐 지나간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세상 가득한 걱정에 우울해 있다가, 그저 "괜찮다"는 한마디에 기쁨이 가득 차오른다. 분명 우린 각자 서있는 존재지만, 얽힐고 설킨 인연을 통해 함께 기대고 의지하며 서있다. 풀어낼 수 없는 그 인연이 함께 만들어 내는 "一喜一悲(일희일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