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의자 팝니다

이런저런 감정들도 함께 팝니다

by 진이

안마의자 팝니다.

임직원 대상으로 선착순 물량으로 한정 판매하는 제품입니다.

믿을 만한 브** 제품으로,

인터넷 최저가보다 더? 더! ~하게, 저렴하게, 판매합니다.

임직원용으로 나 온 거라니까요~

물량 다 빠지기 전에 쪽지든 문자든 메일이든 뭐든 남겨 주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


흔하디 흔한 멘트였나 보다.

반응이 없다.


피곤한 오후, 파이팅 힘내시고요. 정말 좋은 안마의자..


"뚝"


요새 신경 많이 쓰셔서 힘드시죠.
예전 같지 않게 화도 잘 내고..
그게다 피곤해서 그런 거죠.

이럴 땐 질러라 그대~
안마의자 정말 잘 나온 상품...

"놓을 자리가 없다. 돈도 없다. 니가 하나 좀 사줘라"


이번엔 내가 "뚝"


곧 생일이구나. 미리 축하하면서...


"내가 전화할게. 뚝"


내 눈물도 " 뚝 뚝 "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어요. 피곤하시죠~
직윈 특가로 나온 안마의자..

"오~ 싼데. 나 지금 부동산 쪽인데 종잣돈..."


영업자는 영업자를 알아본다.

같이 먹고살아야 하는데~

종자가 있음 지금 꺼내 먹어야 할 판이라..

근데, 혹 하네..

영업 잘하네~ 이 양반~


오늘도 집에 돌아갈 땐 녹초가 되어 있겠지..
나날이 늘어가는 집안 살림, 애들 장난감..
안마의자 하나 있으면..

"집이 좁아서...

근데 멘트가 나날이 와 닿는다 ㅋㅋㅋ

잘 살고 있는 거야?"


친구야. 내가 쫌 몬 산다. 집 큰 거로 전세 옮기면 꼭 연락 줘~


요새 부쩍 피곤하지 않으세요?
자식 걱정 부모님 걱정만 하신다고요?
이제 내 몸도 챙기자고요.
자! 여기 당신을 위한 안마의자가 있습니다.
진짜 좋은 가격이니 널리 전파해 주십시오.

"꾸준한 영업 정신.

불도저 같소.

멘트도 이태백이 울고 가겠소.

주옥같소

맘을 후벼 파는구려

노부모에 대한 애틋함과 핍박받는 나를 울리오

안마의자 말고.."


에잇. 안 팔 아~


라고, 말하고 싶을 때 도 있지만..

팔아만 주신다면야 감사할 뿐이지요.




일이 잘 풀릴 때도 있었는데..,

3년은 훨씬 넘었는데 그 힘들다는 삼재가 계속되는 것 같은 날들이다.

제품 하나에 담기는 이런저런 감정들과 나도 모르게 마음을 고백하며 넋두리인 듯 나온 멘트들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오늘 유난스럽게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림자에게 말을 건넨다.


오늘도 수고했어.
다 잘 될 거야.
되게 돼있어.
푹 쉬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