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한테는 비밀이야

엄마. 비밀로 해 드릴게요

by 진이
아빠한테는 비밀이야



폐지를 주워 할머니에게 건네는 아이는 알까?


사실은 아빠가 뒤에서부터 보고 있었다는 걸


할머니를 따라 걸으며 눈에 보이는 공병이며 종이박스를 집어 들고서, 할머니 손에 다시 전달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단다.

아빠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고마워~




"폐지 줍는 노인"

리어카에 가득 담긴 재활용품을 싣고서 도로 위를 느릿느릿 걸어간다. 시끄럽게 경적을 울린 뒤에 무심하게 고개를 돌려 그 옆을 지나가는 자동차들.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 아무렇지 않은 익숙한, 그저 그뿐인 일상의 모습이다. 가끔 결박이 풀려 쏟아져 내리는 종이박스를 다시 느릿느릿 쌓아 올리는 모습도 보인다. 제 그랬나 싶게 또 다른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와 한 손 한 손 거들기도 한다. 불같이 화를 내며 빵빵 거리는 사람도, 말없이 손을 건네는 사람도 모두 한자리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모습이다.


사회사업의 일환으로 노인들의 일자리가 늘어나면, 폐지 줍는 노인이 줄어든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 그저 위험한 상황에서 조금은 비켜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짧게 지나쳐 버렸다. 그때는 미처 몰랐다. 사회적인 이슈 일 뿐 나의 생활안으로 들어와 있을지는 몰랐다.


"폐지 줍는 노인"

빈곤 노인층의 증가를 상징하는 단어 이면서,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겠다는 억척스러움을 표현하는 또 다른 말처럼 다가온다. 무덤덤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지는 않은 이런 감정은...


지하철 무가지가 여기저기 넘쳐 나던 시절이 있었다. 출근 시간에 벌어지는 두 노인의 추격전, 그리고 전략적인 달음박질을 본 기억이 떠오른다. 등에 짊어진 가방 속 가득한 신문지와 상대에게 놓칠 새라 여기저기 손을 뻗는 모습. 선반 깊숙이 들어가 있어 다을락 말락 한 애타는 손과 까치발. 그런 모습을 보고 다음칸으로 급히 몸을 옮기는 또 다른 노인의 잰 발걸음. 손에 들고 있는 무가지를 물어보지 않고 채어가는 모습까지. 억척스럽고 조금은 무례하기까지 한 모습에 마음 한편이 씁쓸하던 그런 기억이 떠올랐다.


타인의 눈이 아닌 나의 눈으로 나의 어머니를, 나의 어머니가 길 위에 폐지를 수거하시는 모습을 보니....

리어카가 아니라 다행일까?

한 짐 가득한 가방이 아니라서 다행일까?

한 번씩 본가로 내려올 때면

"지갑 안에 한 푼이라도 있으면, 힘이 생긴다"며 몰래 쥐어 주시던 용돈. 다른 사람 몰래 접고 접어서 건네주시던 그 용돈이, 그 용돈의 무게가, 무거운 가방 안에서, 폐지 안에서 나온 딱 그것 만큼의 무게 임을 알게 된다.



사이 집 밖으로 나가기 힘든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어머니의 주머니에서 하나 둘 접힐 용돈들도 줄어들고 있을 것 같다. 이번엔 내가 조금 더 용돈을 챙겨서 가봐야겠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아프지 않게, 건강하게 지금처럼만 계신다면,, 모른 척하고 있을 께요. 외려" 난 이렇게 귀한 아들이라 대접받고 있다"라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네요.


엄마. 몸 상하지 않게 건강하게 그리고 조심해서 움직이세요. 그럼 난 계속 모르고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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