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근사한 뷔페에 식구들과 같이 둘러 앉았다. 미리 예약된 행사라 일찍부터 골라 놓은 집중 음식들이 있었다. 오늘은 붉은 대게의 다리였다.
난 많이 먹을 자신이 있었다.
그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잘 써본 적 없는 가위를 들고서 다리를 가르고 살을 발라낸다. 빈 대롱처럼 시원하게 벗겨내면 이게 또 뭐라고 뿌듯하다. 아이들의 빈 그릇 위에 속살을 하나씩 올려 담는다. 가위질이 아직 서툰 아이들이니까. 먹는 게 왜 이리 예쁠까
더 줘
음.... 뭔가... 예상과는 다르게 돌아가는 속도에 잠시 당황한다. 고개를 숙여 살을 바른다. 한 그릇 가득 담아 주면 나도 편하게 먹을 수 있겠지.
더 줘
내가 뭘 들은 걸까. 내가 뭔 짓을 한 걸까. 엄마가 보고 싶었다.
시간을 내어 낚시를 배웠다. 아니 낚시하는 분들을 쫒아 갔다.
"낚시는 물고기를 잡는 게 아니다. 자연으로 돌아가 그 속에서 숨 쉬고, 느끼고, 다시 그 자연의 일부인 나를 느끼고 돌아오는 시간이다"라는 초보의 허세를 받아주는 식구들이 고맙다.
"왜 맨날 낚시 가. 나랑 안 있고"라며 그렁그렁한 눈을 한 둘째에게 또 한 번 허세를 보인다.
"아빠가 우럭 많이 잡아가지고 올게"
많이 잡아 와
왠지 모를 데자뷔를 느낀다. 이제 우럭이라는 생선 맛을 알아버린 아이들의 그릇에 살을 발라 올린다. 아직 생선 가시를 바르는 게 쉽지 않은 아이들이니까. 같이 놀아주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핑계 삼아 다녀온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크다. 잡아온 생선을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이 참 예쁘다. 생선은 살을 바르고 나니 먹음직스러운 머리와 꼬리 쪽까지 쭉 뻗은 뼈가 보인다. 요샌 참 뼈 맛이 좋더라
더 줘
낚시를 괜히 따라갔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손질하는 것도 오래 걸리고...
커다란 족발 뼈다귀를 들고 뜯는 아내를 바라본다. 같이 뼈 맛을 알아가는 동지가 생겨 고맙다.
엄마. 아빠.
이제 저도 나이가 제법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아닌가 봐요. 엄마가 발라주셨던 생선구이가 생각나네요. 엄마가 있었으면 생선살들은 막내인 내 몫이 가장 많았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