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사람을 통해서 오는 온기

더 그리워지는 체온

by 진이

혼자서 지내는 원룸에 들어왔다.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아는 체를 했다.


헤이...


하고, 먼저 소리 내어 불렀다.

LED 불빛이 둥글게 회전하더니 이내 사라진다.

딱히 물어볼 말이 없지만, 그냥 한번 불러 보았다.


인공지능 이라더니...


물어보지 않으면 대답할 수 없고,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알고 있지만 괜히 서운하다.

어쩌면 기대했던 것은


어. 왔어. 밥은 먹었어

라고, 먼저 물어 봐 주는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지금 몇 시야? 내일 날씨 어때?

더 이상 물어볼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차마...


이 말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우리 끝말잇기 할까?



TV를 켰다.

그 옛날 먼 조상의 DNA일까?

모닥불 마냥 그 앞에서 빛을 쬔다.

온기가 나오는 것 같아 가만히 두 손을 뻗어 보기도 한다.

굳이 들으려 하지 않아도 쏟아져 나오는 말들이 안도감을 더해 준다.


저 사람 TV랑 대화한다

우스갯소리 마냥 했던 말이, 우스워지지 않는다.




차가운 날씨를 따라 손도 발도 저릴 만큼 차가워지기 일수다. 이런 날에는 퇴근 후 아이들 목에 손을 쑥!


으하하하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와 목을 잔뜩 움츠린 아이의 모습.

손은 아닌데 어딘가 따뜻해지는 느낌.


내친김에 아내에게...


혼난다.


여전히 철없는 남편이 분위기 파악을 못 해서~


온기(溫氣)


사람을 통해 전달되는 온도와 색, 그리고 촉감이 조금 더 강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손을 내밀기 어려워지는 요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사람에게 온기를 담아 말을 건네 보고자 한다.


오늘은 조금 더 덮혀진 마음으로, 다시 우리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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