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질 것 들

하나하나 새삼스럽네

by 진이

비닐과 플라스틱, 종이를 하나하나 나눈다.

분리수거를 준비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양에 부담이 된다.

혼자서 들고 갈 수 있을까?



월요일이면 붕어빵 아저씨가 오신다

분리수거하는 날이니까 들어가기 전에 한번 들렀다 가는 것도 좋겠다

슈크림 6개, 팥 3개면 한가족이 흡족하게 먹을 수 있지.

찬바람 부는 날이면 생각나는 노랫소리가 귀가에 한참 머물 것 같아


"호호 뜨거 뜨거 붕어빵 ~"


화요일도 붕어빵 아저씨가 오시는데..

슈크림을 못 먹었다면, 기억했다가 들려보렴

아마.. 똑 떨어진 과일 바구니가 보일 거니까 한 상자 '이고 지고' 오는 것도 고려해 보고요


수요일에는 돈가스 아저씨가 오신다

가끔 못 나오시거나 다 팔려서 허탕을 칠 수도 있으니, 천막이 쳐 있는지 꼭 확인해 봐야지


목요일은 왠지 힘든 날이지

오늘은 좀 쉬자

옆 아파트에 불고기 파는 아저씨가 오시기는 하지만..

좀 쉬었다 먹는 것은 어떠니?

안된다면 뭐.. 갔다 와야지


금요일 신나는 날이지

저녁 뭐 먹을까?

짜장면? 피자?

설거지도 잠시 미뤄두고 먹방 하는 하루가 것 같아


토요일엔 도서관 문을 연다면,

대출했던 책은 반납하고 보고 싶은 것들을 대출하자

주중에 벗어놓은 옷들도 세탁하고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잠시 갔다가 저녁 먹고 오구

참 병원도 가봐야 하니까 후다닥 챙겨야 하겠다


일요일은 목욕 꼭 해야 한다

세수는 하고 다니는 맞지?

뜨거운 물을 받아서 벅벅 때를 밀어줘야 하는데~



그나저나....

나 없이 혼자서 들고 갈 수 있을까?

유난히 수북하게 쌓인 것 같은 분리수거 통이 부담이다


내가 없을 월, 화, 수, 목, 금

괜한 생각인 것은 알지만...

아침마다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고...

설거지도 하고,..

토요일에 해둔 빨래도 걷어야 하고...


난 정말 편하게 보낼 것 같은데..

뭐 낯선 곳이라 실수도 하겠지만, 다 그런 거 아니겠어

직장 생활 거기서 거기지

가끔 회식을 할 때도 있겠지만 취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매일 간단한 운동도 할게

화상 통화도 하고


글쎄,, 그래도 채워지지 않을 그리움은 있겠지

붕어빵으로 데워놓은 따뜻한 손

휴대폰 내려놓으라는 신경전을 하는 모녀의 뜨거운 목소리들

이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오는 모습


그 눈, 귀, 손을 타고 오던 "따뜻한 체온"이 그리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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