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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 Aug 20. 2022

조금씩 변해가는 생각 중 하나, 고향(故鄕)

나의 살던 그 고향 말고, 살아갈 고향

조금씩 변해가는 생각 중 하나  


고향


엄마 아빠가 있는 곳이 고향이었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나고 자란 이곳이 내가 만들어 가고 싶은 고향이다.




어릴 땐 엄마 아빠가 있는 곳이 고향이었다

뭐든지 다 받아 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있는 곳

그곳이 고향이었


운동장 흙바닥에서 구르다가,

소각장 근처에서 연기 오르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연탄가게 아저씨가 주머니에서 내어준 땅콩을 얻어먹다가,

고만고만한  아이들과 50원짜리 호떡 하나에 한입만을 간절히 외치다가,

국기에 대한 맹세가 확성기로 퍼져 나오면 어색하게

손을 가슴 올렸다가,

어둑해진 하늘 아래 "밥 무라"가 울려 퍼 때.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먹어야 하루가 마무리되던 그곳.

언제나 돌아갈 수 있던 엄마 아빠가 있던 그곳이 나의 고향이었다.


살아 있으니 만나게 되는, 마흔 중반에 장가가지 않은 친구들을 만났다.  이게 뭐라고 설렌다.

머물러 있기만 한, 그래서  돌아갈 수 없는 시간.

그 시간을 공유한 사람들과 그동안 쓰고 있던 철든 모습을 내려놓을 수 있다.

이젠 명실상부한 서울 사람이 되어 찌개를 데파서 으며,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을 함께다.

세월을 정통으로 맡고 있는 요즘. 자연스럽게 취기가 오르기 전 일어선다.


이젠 밥 먹으라고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도, 아빠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일어나 돌아갈 곳으로 돌아온다.


이제 나의 고향은 나와 함께 만든 식구들이다.

서로 안 닮았다며, 혹시 모를 책임을 떠 넘기기에 바쁜 우리 식구들.

항상 돌아가야 할, 만들어 가야 할, 나의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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