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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반짝인다

아빠가 읽어 주고 싶은 동화

by 진이

초록색 대야에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번갈아 담는다.

떠 떠

를 외치는 둘째를 안심시키며 경험으로 배운 온도를 맞춘다.

물놀이가 목적인 아이들을 어르며 샤워캡을 하나씩 씌워주고 머리를 감긴다.

무서워

눈을 꼭 감고서 무섭다는 첫째를 달래고,

우 우

눈을 뜬 채 뭐라 뭐라 중얼거리는 둘째를 진정시키며, 몸을 씻긴다.


"괜찮아. 괜찮아. 아빠 여기 있어. 무서워하지 마"

목욕시간이 통곡의 시간이 되지 않도록 바라며 무슨 이야기라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찾아본다.


와 와

욕실 타일에 붙은 천사 스티커를 가리키는 둘째를 바라보며 오늘은 천사들의 이야기를 빌려 본다.




깜깜한 밤이 찾아왔어요.

막내 천사가

"와와 와와"

하며 아빠 천사를 찾고 있네요. 무슨 일이 있을까요?

별 하나 보이지 않는 밤 하늘

밤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있나요? 하늘에는 반짝반짝 길을 알려주는 길잡이 천사의 별들과 아이들만 보고 들을 수 있는 소원 천사의 별들이 있어요. 어둠이 내려온 땅 위 사람들에게

"무서워하지 말아요"

하며 말을 걸고 있지요. 천사들은 모두 자기를 꼭 닮은 별들을 가지고 있어요. 아빠 별이 깜박깜박 졸고 있는 걸 보니, 아빠 천사도 어디선가 깜박 잠이 들었나 봐요.


"아~ 졸려"

막내 천사가 입을 한 껏 벌리며 하품을 했어요.

그러자 막내 천사 별도 깜박하고 어두워졌어요.

"아빠는 어디 계시지? 이제 천사님들을 깨울 시간이 다 되었는데"

두리번두리번 고개를 돌리던 막내 천사의 눈에, 땅 위 사람들이 하나 둘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 보였어요.

"어떡하지. 이제 소원을 빌려고 하나 봐. 길잡이 천사와 소원 천사님을 어서 깨워야 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느라 늘 잠이 모자란 두 천사님들은 한 번 잠이 들면 '코 코' 소리를 내면 깊은 잠에서 빠져나오지를 못하거든요.

"빨리 아빠를 찾아야 해. 친구들이 하늘을 올려 다 볼 때 온통 검은 하늘만 보면 실망할지도 몰라"


막내 천사는 길잡이 천사님에게 달려갔어요.

"천사님. 천사님. 어서 일어나세요. 이제 일어날 시간이에요"

막내 천사는 큰 소리로 말했어요. 하지만 꼼작도 하지 않는 길잡이 천사를 보며 그만 울상이 되어버렸어요. 막내 천사의 별도 눈물로 번져서 깜깜한 하늘과 구분이 가지 않았어요.

"천사님! 친구들이 기다린단 말이에요. 엉 엉~"

막내 천사의 눈물이 길잡이 천사의 얼굴에 떨어졌어요.

"아유 졸려. 막내야 너 왜 울고 있니?"

길잡이 천사가 기지개를 펴는 사이에 길잡이 별이 깜박하고 빛을 발했어요.

"길잡이 천사님. 하늘이 너무 깜깜해서 친구들이 길을 잃으면 어떻게 해요 ~"

"아이쿠. 벌써 시간이 되었구나. 그런데 소원 천사도 보이지 않는구나. 이 거 큰일인데. 어서 아빠 천사를 찾아오너라 "


"아빠. 와와 와와"

깜박 잠이 들었던 아빠 천사가 깜작 놀라 다가왔어요.

"놀랐지. 아빠가 깜박했지 뭐야. 어라? 소원 천사님은 아직도 잠을 자고 있구나. 어서 천사들을 모아야겠구나. 막내야. 큰 음악회가 열린다고 어서들 모이라고 해라. 같이 큰 소리로 불러 보자"


"천사님들. 모두 모두 모이세요"


아빠 천사의 손 끝을 따라서 막내 천사의 뿔피리가 합창의 시작을 알렸어요. 그러자 초승달 배를 타고 온 천사들이 무지개 길을 따라 둘러앉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천사들의 별들이 하나둘씩 빛나기 시작하네요.

별은 늘 반짝인다. 내머리위에서

쏟아질 듯 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어요. 어느새 소원 천사의 별들이 친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던 거예요.

"미안 미안. 내가 좀 늦었지. 고마워. 아름다운 노래로 날 깨워 줘서"

얼굴을 붉힌 소원 천사 때문일까요?

오늘 밤은 더 반짝반짝 별들이 반짝이네요.



목욕을 마친 아이들을 겨우 겨우 꿈속으로 이끌었다.

오늘도 녹초가 된 우리 가족들이 누운 이 방안에서

들리지 않게 작은 소리로 내 귀에 들려오는 길잡이 천사와 소원 천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른이 되어 가는 건 하늘을 올려 다 볼 일이 줄어든다는 거야. 길을 잃고 울던 아이도, 손을 모아 기도 하던 아이들도 이제 키 큰 어른이 되면 우리를 찾지 않거든. 그저 고개를 떨구고 익숙한 길 위만 걸어가는 걸 뭐…


하늘을 보는 일이 적어진 나이

향기를 가진 사람의 말보다 작은 기계 상자에 불과한 내비게이션을 믿으며,

많이 더 많이
'저기... 로또 천원치.. 자동으로...'


어쩌다 길 잃은 행운과 노력보다 많은 인센티브를 소원하는 나의 모습이 '어른'의 모습이 아니길 바래본다.


길잡이 천사님~ 소원 천사님~


오늘 잠시, 아이처럼, 하늘을 올려다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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