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올라 다시 피고자

한번, 다시 한번 피어난다

by 진이
벚꽃/설치 미술/방바닥에 색종이 갈기갈기/4년9개월된 아빠딸


혼내기 전에 꼭 안아 주었다.


벚꽃이야~ 예쁘지~



두 딸과 함께 소풍을 나갔다.

"봄"이 어울리는 어린이대공원 식물원


한참 피어난 벚꽃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두 딸들 만큼이나 작은 꽃들이 피어나, 희고도은 붉은빛으로, 화사한 군집을 이루었다.

'삐약 삐약 노란 병아리'를 기분 좋게 읊조리며 개나리를 바라본다. 함께여서 그렇게 기분이 좋았나 보다.



이제 뭐 먹자.. 아 먹고 싶은데.. 또 먹자


생각보다 짧게 끝난 감상에 '맛있는 거' 타령이 시작되었다. 잠시나마 아이를 핑계 삼아 혼자만의 감상에 빠져 있다가, 다시 아이들에게 눈을 돌린다. 그러면서도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벚꽃을 바라본다.



머리를 빡빡 밀고 다니던 고등학교 시절.


봄 풍경은 늘 벚꽃이 있었다. 어지럽게 떨어져 내리는 벚꽃은 쓸어도 쓸어도 무한공급이 되었고, 뚝뚝 떨어지는 목련은 누군가에 발에 밟혀 갈색빛으로 짓이겨 있는 것이 보통 이었다. 떨어지기 전 제자리에서 아름다움을 발하는 봄꽃들을 보며 '저 높은 곳에 자리 잡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냉엄한 세상사라고 돌아섰지만


교실 안에서 내다본 창밖은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이따금 세차게 부는 봄바람에 바닥에 흩어져 있던 벚꽃들이 날아오른다. 다시 한번 나무에 올라 피려고 한다. 눈처럼 하얀 그리고 다시 피려고 하는 붉은 바램을 닮아 흩날린다. 태어난 나무를 지나 하늘 가득 다시 피어난 벚꽃잎들이 수를 놓는다.


다시 한번 바람이 분다면,

다시 한번 하늘로 돌아가 꽃이 된다

하늘 가득 수놓으며..


바닥까지 내동댕이쳐져 언제 밟히지 몰라 불안하다면, 한숨 한 번 또 한 번으로 바람을 불어낸다.

한껏 내뱉은 삶의 한숨이 바람이 되어 다시 한번 오를 준비를 한다.

세상은 벚꽃 빛으로 물들고 "다시 꽃으로 피어나"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아파트에서도 '봄'을 봄

짧은 소풍을 끝내고 돌아온 저녁


큰 아이가 새로 산 색종이를 손으로 찢어 내고 있었다.

속에서 올라오는 '화'를 삭이며 물어본다.


"지금 뭐하는 거야?"

응. 벚꽃 만드는 거야

어쩌나... 화가 풀려 버리는 걸...

너. 감각 있는데..


春興(춘흥)


春昊欲飛再發花(춘호욕비재발화)

白而丹光同行風(백이단광동행풍)

以下地於天爲雪(이하지어천위설)

以上天於地爲櫻(이상천어지위앵)


봄 하늘 날아 다시 꽃 피고자

희고도 붉은빛 바람과 함께 가네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 눈이 되며

땅에서 하늘로 올라 벚꽃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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