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들 공원 한번 델꼬 가도

같이 가자. 애들 손잡고.

by 진이

오랜만에 번개로 생각만 하고 있던 친구들이 모였다. 모임의 주체인 친구가 뜬금없이 나를 보며 말했다.


열심히 일하면 모두 자기 마음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면 누군가는 자기편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엉망이 되어버린 날들의 이유를 찾으려 했지만, 옳고 그름은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결정권자에 마음에 있는 것만 같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야기할 상대가 없었다고 한다.

가족에게도.

같이 속상해하고 힘들어할까 봐 그럴 수 없었다고 했다.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던 걸까?


친구는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았다.

표현하지 않는 따뜻한 마음은 체온을 전할 수 없다는 걸. 기쁨만큼이나 미안해하는 마음도 가족에게 말하고 위안받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도 말하지 못했다. 친구의 넋두리가 끝날 때까지.




백일잔치, 돌잔치, 결혼식처럼 삶에 대한 행사는 일상 속에 늘 같이 있다. 축하를 주고받으며 인사를 건네며 웃음을 짓는다.


그렇게 삶의 과정을 거쳐오면서 한참을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죽음' 또한 그 과정에 하나이다. 일상이라는 범주에 같이 두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겠지만, 지금은 일상이란 이름보다는 떨쳐 버려야 할 생각이라고 믿고 싶다.


하얀 환자복이 어울리지 않는 친구의 번개모임은 참 재미가 없었다. 친한 친구 녀석들을 불러 놓고 한다는 소리가 세상 다 살아본 사람처럼 잔소리뿐이다.

끝을 바라보는 사람처럼 왠지 흔들림 없는 표정을 보이는 친구의 말에 누구 하나 쉽게 입을 때지 못했다.


살아서 다시 보자는 친구의 말에 모두들 웃었다.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핀잔도 주었다.


뒤돌아 나오던 등 뒤로, 친구의 말이 들렸다.


"우리 애들 공원한번 델꼬 가도"


잦아드는 목소리가 뒤따라 왔다.


"혹시나 해서...."




친구야.

애들 데리고 다니는 거 진짜 힘들거든.

빠질려고 하지말고..


같이 가자. 애들 손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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