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한 말보다는 마음이 먼저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어떻게 그래요. 난 너무 슬픈데…
잠시라도 그렇게 위로하고 싶다는 욕심이었던 것 같다.
경험해보지 못한 슬픔을,
공감하지 못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며 센척하려 했던 것 같다.
10여 년 전 동기 어머니의 장례식장에 어색하게 서있던 어리숙한 나의 모습이 생각났다.
哀而不傷 (애이불상)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위로가 될까?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머릿속에 떠오르던 말.
슬프지만 상하게 하지 않는다
"밥 잘 챙겨 먹어요. 너무 슬프다고 끼니 거르고 하면 몸도 마음도 더 아플 수 있어요.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내심 위로가 되었으면, 내 마음이 전달되었으면 했다.
"…난 너무 슬픈데…"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며, 뒷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有慟乎?非夫人之爲慟而誰爲?(유통호 비부인지위통이수위)
마음을 다해 그 사람을 슬퍼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통곡했던가? 그 사람을 위해 통곡하지 않으면 누구를 위하겠는가?
화끈거리는 얼굴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떠올랐다.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고 눈으로만 글을 읽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동기의 배웅을 받고 식장을 빠져나와, 다시 기차를 타고 올라오면서 마냥 부끄러웠다.
그걸 위로랍시고 했냐.

죄송합니다. 공자님...
주말을 보내기 싫어 잠을 설친, 원래 그렇게 졸린 월요일 아침. 회사 부고란에서 눈에 익은 이름을 보았다. 발인이 이미 지나 버려서 찾아 가볼 수는 없었다. 미안한 마음에 문자를 보냈다.
내 마음이 다시 또 부끄럽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전달되었으면…
아쉬움 남기지 않도록 마음 가는 대로 충분히 슬퍼하시고, 다시 돌아오세요. 다음에 볼 땐 웃으면서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