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작
할아버지. 쉬 쉬~
화장실은 어디에 있을까?
여기저기 바삐 흔들리는 할아버지의 눈동자.
당황스러운 할아버지의 마음은 아랑곳없이, 손녀는 잡고 있던 손을 뿌리치며 외친다.
쉬이이~작
냅다 뛰기 시작한다.
'쉬 쉬 쉬이작'은 쉬가 급한 게 아니라 달리기 시합을 하자는 거였다.
집 근처 공원이 제법 시끌 시끌하다.
뛴다고는 하지만 손만 뻗어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허를 찌르는 발음에 당하기도 했고,
'나 잡아 봐라'는 말에 담긴 '진짜로 잡지는 말고 적당히 잡을랑 말랑 거리를 유지하면서 같이 놀아요'라는 뜻을 알기에 뛰어다닐 수 있는 공간을 공유한다.
한 발 떼는 게 힘이 들지
누군가 옆에 있다면 좋을 거야
세상 모든 어린이들이 내는 그 똑같은 웃음소리가 퍼져오다가 뚝 그친다.
졸졸졸 흐르는 얕은 물가에 놓인 징검다리 앞에 망설인다.
경험하지 못한 상황 앞에 덜컥 겁이 났나 보다.
뒷짐을 지고 어느새 나타난 할아버지가 징검다리에 올라 기다린다.
손을 내밀진 않았지만 살짝 뒤돌아 보며 이름을 부른다.
용기를 내어 한 발을 떼어본다.
수많은 기억 속에 잊어버릴지도 모르지만...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야
이렇게 사랑받는 느낌을 아니까,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 거야
아빠는 가끔 아깝게 바라본다.
문득 돌아본 아기가 언제 이렇게 커버렸는지…
1분, 1초가 그렇게 아깝게 흘러가는 것 같아서
세상살이란 말이 보여 주듯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많은 시간과 공간들에 첫발을 떼어야 할 때가 올 거야.
기억할 수 있겠지!
그저 한 발을 내딛으면 되는 거야.
할아버지가 보여주신 것처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