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독기,비움,잠듬

받아들임 이후의 것

by 진이

높은 사람이 왔다. 현장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


미래지향적 통합의 시선을 말하면서,

지나버린 영광을 이야기하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며,

'아니오'란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지당하며 긍적적인 말씀에...


하~

감명인지 탄식인지 모를 짧고도 낮은 숨소리가 나도 모르게 세어 나왔다. 흠칫 주위를 둘러보았다.


듣기 위한 자리 보다는 들려주고 독려하기 위한 자리처럼 느껴졌다.

역시나 높은 분들의 깊은 뜻은 헤아리기가 어려웠다.


그래. 뭐. 그런거지.


하루 하루 주어진 일 처리하고 못하면 또 내일 처리하고,혼 날 일이면 혼나고, 잘풀리면 또 그렇게 신나고, 그런게 회사 생활이라며 스스로 다독이며 하루를 마무리 하고 있었다.





다음날 또 다른 높은 분의 말씀이 이어졌다.


성숙한 자세와 Followership

답이 나오는 질문을 해서 좋았고,

저조한 실적 지속 / 독기를 가져라.

그래도 할 건 해라


수용, 그리고 독기


외부의 무엇인가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외부를 향한 독니를 품어야 한다 하신다.




높은 분들은 말씀을 참 잘하신다.

다만 내 목소리가 작아서 잘 듣지를 못 하신다.

내 목소리가 작은 탓이다.


그래서 화가 났다.

못난 내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슬을 먹은 꽃은 향기와 꿀을 만들고, 이슬을 먹은 뱀은 독을 품는다던 옛분의 말씀이 떠 올랐다. 이미 삐딱하게 돌아간 나의 고개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偶吟 / 世泰 (우연히 읊다 / 홍세태)


是非閱來身倦 시비열래신권

榮辱遣後心空 영욕견후심공

閉戶無人淸夜 폐호무인청야

臥聽溪上松風 와청계상송풍


옳네 그르네 시비를 지나 오니 몸만 괴로웠는데

영욕을 보내버린 뒤에는 마음이 비워졌다네

인적 없는 맑은 밤에 문을 걸어 잠그고서

시냇가 솔바람을 들으며 누웠다네


그래.. 내 목만 아프게 이게 뭔가.

자세를 고쳐본다.

어정쩡한 모습이 낫설지만, 수용하고 독기를 품는 받아들임 이후에 비움을 꺼내 본다. 비워진 가슴에 애써 또 채우지 않았으면 싶다.그 비움뒤에 올 편안한 잠자리가 그리워 지는 깊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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