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알고 보면 그럴지도 몰라
해가 저무는 저녁이면
낫동안 채우지 못한 일들과 지키지 못한 시간들에, 깊은 한숨과 무언지 모를 상실감에 빠지곤 한다.
잘하고 싶었는데..
멀찌감치 뒤로 밀린 현실은, 눈에 보기 좋게 포장되어 나타나곤 한다. 너무도 예쁜 포장지에 쌓여서 차마 열어보지 못하고 바라만 보는 선물 상자 같은 일들을 바라본다.
저 상자 속에 현실을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열어두지 않고 싶다. 부디 포장이 벗겨진 저 일들이 나에게 선물되는 일이 없기를 바래본다.
두려움때문일까?
투박하기만한 일상의 일들속에 묻혀, 아무도 봐주지 않고 알아주지 않는 하루에 낙심하고 마는 것이 습관처럼 편하게 느껴지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말하지 않아도 날 알아 줄 수는 없나요?
독백인 듯, 체념인 듯 내 뱉는 혼잣말은 출입구 없이 돌고 돌아 나에게 메아리 친다. 그리고는 또 밀려드는 왠지모를 상실감에, 허전해진 속을 붙들어 보려한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이렇게 매일 매일 조금씩 잃어버리고 나면 이런 생각들 마저 잊어 버릴 수 있지 않을까?
"상실" 이라는건,
어쩌면 다시 시작하기 위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무엇이라 정의하지 못하는 감정의 파편들을 몽땅 모아서 깊은 상실속으로 던져 버리고 나면...
다시 채워야 한다는 그 허전함마저 던져 버리고 나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이 오늘 보다 나을 것이라는 긍정의 수긍보다는, 오늘 잃어버렸기에 다시 시작해야만 하는 내일이 더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지독한 '상실의 시대' 가 내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일지도 모를 일이다.